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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외교에 기대는 중·일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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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소영
도쿄 특파원

도쿄 우에노(上野) 일대는 요즘 잔치 분위기다. 우에노 동물원에 21일 중국으로부터 팬더 한 쌍이 찾아 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자이언트 팬더 ‘린린’이 2008년 죽고 비어 있던 팬더 사육장이 새 주인을 맞게 된 것이다. 3월 봄방학에 맞춰 일반에 공개될 다섯 살짜리 이 팬더 한 쌍을 위해 우에노 동물원은 9000만 엔(약 12억원)을 들여 팬더 사육장 보수공사를 마쳤다. 팬더가 드러눕는 콘크리트제 테이블을 원목으로 바꾸는가 하면 운동장의 일부 바닥엔 전기온돌을 깔았다. 우에노 동물원이 지난해 말 팬더 두 마리의 일본 이름을 공모하자 한 달 만에 4만여 명이 응모했고, 동물원 근처의 기업과 상가를 중심으로 ‘팬더 환영 실행위원회’가 결성될 정도다.

 일본인들의 팬더 사랑은 각별하다. 중·일 수교를 기념해 중국이 일본에 팬더 한 쌍을 선물한 것은 1972년. ‘대륙으로부터의 진기한 선물’ 캉캉과 랑랑을 한번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우에노 동물원 팬더 사육장 앞에는 하루 종일 장사진이 펼쳐졌다. 팬더가 새끼를 낳을 때는 TV 중계차가 출동해 생중계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2008년 린린이 죽고 우에노 동물원에 팬더 사육장이 비자 그해 방문자는 289만 명을 기록, 60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 명을 밑돌았다.

 팬더는 중·일 외교의 상징적인 존재다. 72년 중·일 수교에 맞춰 중국이 일본에 선물한 팬더 한 쌍은 서로 무관심했던 두 나라 중국과 일본을 순식간에 이웃 나라로 만들었다. 2000년대 들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시절 역사 문제 등으로 중국 각지에서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2008년엔 중국산 농약 만두 파동으로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극에 달하자 그해 방일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에 팬더를 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그간 중국이 중·일 우호의 선물로 보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도쿄도가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에 매년 95만 달러(약 12억원)를 지불하는 ‘대여’다. 새끼가 태어나면 두 살이 되는 시점에 중국에 보내야 한다. 똑같은 조건으로 팬더를 대여했던 고베시의 오지(王子) 동물원은 지난해 9월 팬더 한 마리가 사고사하자 중국 측에 보상금 50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중·일 외교 관계는 지난해 센카쿠(尖閣)열도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충돌사고로 그 어느 때보다 껄끄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각지에서 반일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중국을 믿을 수 있다”는 응답자는 7%에 그쳤다. 더욱 충격적인 사건은 일본이 경제 2위 대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준 것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5조8800억 달러로 일본의 5조4700억 달러를 제쳤다. 40년 전 중·일 우호관계의 상징이 됐던 팬더가 이번에도 두 나라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