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에 낯선 남자가 … ” 112 신고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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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에 남자가 자고 있어요!”

지난 13일 오전 7시 40분쯤, 112로 젊은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자신의 하숙방 침대에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하숙집으로 관할 지구대 경찰관이 출동했다. 방 앞에 여대생 김모(22)씨가 겁에 질려 서 있었다. 방 안에는 젊은 남자가 만취 상태로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관이 깨워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이 남성은 겨우 눈을 뜨고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말만 반복했다.

지구대로 연행된 남성은 인근 대학 신입생인 장모(19)씨로 확인됐다. 장씨는 “전날 저녁 시작된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며 "정신을 잃고 일어나보니 모르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어떻게 김씨 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걸까. 경찰은 "등교시간이라 하숙집 현관문과 층간 철문이 열린 상태였고, 방 문은 김씨가 화장실 가면서 열어두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김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훈방 조치됐다. 경찰은 “공동생활을 하는 하숙집이라 문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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