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훌쩍 컸습니다, 교복나눔장터 가봤죠 … 어때요, 새 옷 같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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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을 앞둔 학부모에게 큰 부담 중 하나가 교복 장만이다. 가격이 만만찮아서다. 1년 새 훌쩍 커 새로 교복을 마련해야 하는 중·고생 자녀의 부모에게도 고민거리다. 이럴 땐 졸업 시즌에 맞춰 본격적으로 열리는 교복나눔장터에 찾아가보자. 새것 못지 않은 교복을 1만원 미만에 건질 수 있다.

신입생보다 재학생·전학생이 많이 이용

이규서(홍천고2·수지구 풍덕천동)군은 지난해 2월 수지구 ‘사랑의 교복물려주기 행사’에서 동복 와이셔츠를 단돈 1000원에 구입했다. 입학할 때 샀던 와이셔츠가 1년 만에 작아져서다. 상태가 새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데다 가격이 저렴해 만족스러웠다.

2005년부터 이 행사를 벌여오고 있는 용인시 수지녹색가게 이영숙(48풍덕천동)회장은 “중·고생 하복·동복·코트·체육복에 여벌옷까지 새옷으로 구입하려면 60만원 정도 든다”며 “교복 물려입기는 가계 부담을 줄여주고 환경사랑도 실천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교를 찾아가 홍보를 해야 했던 첫 해와 달리 지난해에는 서원고에서만 300점을 기증 받았다. 이용객도 400명이 훌쩍 넘었다. 수지구 유청자(62상현동)고문은 “꼭 새것을 입어야 한다거나 물려받은 옷은 창피하다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행사가 자리를 잡았다”며 “외국생활을 통해 벼룩시장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 주부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중고 교복은 신입생보다 재학생이 많이 구입한다. 주부 이민경(44상현동)씨는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바지재킷을 7000원에 구입했다. 이씨는 “입학할 때 넉넉하게 옷을 맞췄는데도 한 해에 6㎝가 자라 교복이 작아졌다”며 “다시 구입하기엔 아까웠던 터라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수지녹색가게는 위탁판매 형식으로 행사를 운영한다. 판매금액의 90%를 기증한 학생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나머지 10%는 청소년 장학금으로 활용한다. 유 고문은 “아이들이 직접 사고 파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경제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부모가 아이들에게 기증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일찍 사러 가고 한 사이즈 크게 구입해야

교복을 사려면 행사 시작 초반에 가는 게 좋다. 판매량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수지녹색가게는 먼저 온 사람이 좋은 옷을 한꺼번에 사가는 걸 막기 위해 한 사람당 4~5점씩 한정판매 한다. 한 명이 구입할 수 있는 양은 매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이즈를 알고 가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원하는 사이즈가 없다면 한 사이즈 정도 크게 산다. 설령 자녀의 몸에 맞춰 줄여 입어도 새것보다는 훨씬 싸다. 사이즈가 맞으면 낡은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저렴한 대신 환불이 안되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와서 고르는 학생이 많다.

주부 전미련(45·풍덕천동)씨는 “간혹 잘 지워지지 않는 오염이나 많이 해진 옷이 있다”며 “재킷은 소매 끝과 옷깃, 바지와 스커트는 엉덩이나 무릎이 어느 정도 해졌는지 꼼꼼히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재킷 허리, 스커트 길이나 바지 통의 수선 여부도 확인할 사항이다. 수선을 많이 했다면 자칫 체형에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교복은 세탁·수선을 거쳐 나온다. 세탁과 수선은 지역에 따라 기증자가 직접 하거나 주관단체에서 맡아 한다. 용인시 처인구는 세탁협회가 자원봉사로 기증교복을 세탁 한다. 중고 교복은 낡은 정도에 따라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당장 입을 동복만 사지 말고 하복·체육복등을 미리 구입해 두는 것도 좋다.

수지구의 경우 매년 기증받은 교복의 95%가 판매된다. 학기 중에는 녹색가게에서 중·고 교복을 살 수 있다. 매장이 40m²가 채 안될 정도로 작기 때문에 계절에 맞는 교복 100~150점 정도만 판다. 우리 학교 교복이 있는지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설명]교복나눔장터는 경제적 부담을 덜고 환경보호도할 수 있는 알뜰 장터다. 교복은 세탁·수선을 거쳐 판매된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 = 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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