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생들 ‘북 인권 고발’ 2만5000명 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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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북한인권 전시회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를 기획, 전시한 한동대 북한인권학회 ‘세이지’ 회원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는 시대에 평생 ‘사랑한다’는 말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한동대 북한인권학회 ‘세이지’가 보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동포들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행복·즐거움이란 말의 울림은 크다. 그러나 수용소 동포들은 이런 단어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란 거다. 이들에 대한 대학생들의 작은 관심이 2만5000명을 끌어 모았다. 그것도 ‘북한, 정치범, 수용소’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서다. 세이지는 2~14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북한인권 전시회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시작은 작았다. 2008년, 평소 북한에 관심이 있던 10명 남짓한 한동대 학생들이 ‘세이지’(세상을 이기는 그리스도의 지성)란 이름으로 작은 공부 모임을 꾸렸다.

 세이지 창립 멤버인 김인애(23·산업정보디자인 3년)씨는 “기독교 대학 특성상 탈북 학생들이 많아 캠퍼스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며 “그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책을 나눠 읽으며 북한의 실상을 공부하던 이들은 지난해 일부 회원들의 졸업을 앞두고 의미있는 일을 찾았고, 그 결과가 북한 인권 전시회다. 학교로부터 학회지원사업으로 선정돼 200만원을 지원받아 교내 전시회를 열었다. 적잖은 호응 속에 전시회가 끝나자 이들은 “전국 순회 전시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러다 올해 초, 미술계의 중심인 서울 인사동 화랑을 덜컥 대관하는 사고를 쳤다. 이후 싸이월드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모금에 나섰다.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이들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2주간의 전시회엔 마을 모양의 수용소를 공중 촬영한 사진과 탈북자의 증언을 그림으로 재구성한 작품 등 40여 점이 걸렸다. 설 연휴를 전후해선 7000여명이 찾는 등 예상을 뛰어 넘는 호응이 있었다. 13일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다녀갔다. 14일 전시회를 마친 이들의 바람은 “전시회를 찾았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사랑을 가졌으면 좋겠다”였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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