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통신·카드 만나 ‘전자지갑’시대 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지난주 KT가 BC카드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통신사가 카드사를 인수한 것이지만, 이는 카드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9년 말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2대주주가 되면서 하나SK 카드를 설립한 것에 이어 본격적인 통신과 금융의 융합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이라는 산업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산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IT기술이 전통산업의 영역에 침투하면서 이 산업의 혁신을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금융산업은 IT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산업이다. 금융과는 약간 다르지만 최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전자상거래라는 것을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금융산업 중에서도 신용카드는 모바일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스마트폰에 다양한 지불수단을 앱이라는 스마트폰 프로그램의 형태 또는 무선인식이 가능한 RFID 기술 등을 이용해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포인트 카드와 신용카드 등을 넣어둔 두꺼운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영역을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모바일 결제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통해 결제를 하면 가입된 다양한 제휴 신용카드 중에서 해당 매장에서 가장 많은 할인을 해주는 카드가 자동선택돼 결제가 된다거나, 특별한 포인트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저절로 포인트가 적립되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같이 다양한 카드를 하나의 휴대전화에 넣는 것을 의미하는 ‘전자지갑’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과거의 상거래가 전통적인 매장에서 소비를 하는 계층과 집에서 편안하게 온라인 쇼핑을 하는 계층이 명확히 구별됐던 것에 비해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면서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 브랜드를 알리고, 소문을 내는 적극적인 소비자로의 변신도 촉진한다. 이러한 소비자를 ‘소셜 소비자’라고 부른다. 미국의 많은 유통업체들과 인터넷 업체들은 같이 손을 잡고, 스마트폰으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퍼뜨리는 사회활동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통신사와 금융기관의 협업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선보인 숍킥(Shopkick)이라는 서비스의 경우 휴대전화를 가지고 매장에 들어가 매장에 왔다는 체크를 하면 가상화폐를 부여받는다. 또한 소비자들이 바코드를 스캔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포인트가 올라가거나 새로운 할인 쿠폰이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데, 더 나아가서는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명시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근처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매장의 할인정보나 매력적인 스페셜 쿠폰 등이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 뒤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결제하고 다양한 형태의 쇼핑을 할 수 있는 만큼 스마트폰의 분실에 따른 위험부담이나 무선인식이 가능한 리더나 칩을 활용해 무선으로 돈을 훔치는 신종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전자지갑이나 전자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표준화 문제도 전면에 부상할 것이다. 편리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하는 적당한 균형에 대해 소비자나 통신사 모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