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벨셰어 미래에셋 홍콩 이코노미스트 “노동력 고갈 … 임금 계속 오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공업화가 먼저 시작된 중국 연안 지역은 농촌 잉여 노동력의 고갈로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루이스 전환점’ 단계에 도달했다. 내수시장을 넓히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적 목표와 결부돼 임금 상승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빌 벨셰어(사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서부 내륙 대개발에 따라 농민공의 유입이 크게 줄어들어 광둥(廣東)·장쑤(江蘇)·저장(浙江)성 등 동부 연안 산업지대의 임금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균형성장과 산업 고도화라는 정책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므로, 연안뿐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따라 노동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큰 변수다. 그는 저임금 제조업에 기반한 중국의 경제성장이 인구 감소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도시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1억 명 가까운 잉여 노동력이 추가 배출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안 지역의 임금 상승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벨셰어는 “경제개발 30년 만에 수억 명에 달하는 잉여 노동력을 거의 소진한 나라가 중국”이라며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한 연안 지역에선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서 기술·자본 집약적인 고도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중서부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한국·대만에서 신발·완구 등 저임금에 기초한 임가공 산업이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팍스콘 선전(深?) 공장은 규모를 줄이고, 시설 대부분을 허난성으로 옮겼다. 상당수 외자기업은 값싼 임금을 찾아 중국을 떠나 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로 생산공장을 이전했다. 그럼에도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단지 중국의 저임금만 보고 시설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연안 지대에는 비교적 안정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고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내수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벨셰어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이 촉발한 산업 고도화를 통해 동부 연안의 산업체들이 기술집약적인 제조업군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 주목된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경제성장률 감소, 저가 생산품 수출 둔화 등 적잖은 도전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