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버틴 무바라크, 재산 78조원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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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바라크(左), 가말(右)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83) 전 이집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1일(현지시간) 오마르 술레이만(Omar Suleiman) 부통령이 자신의 퇴진을 대신 발표하기 직전 그는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 반도 남단의 홍해안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로 피신했다. 그러나 현지 도착 보도 이후 무바라크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집트 군 관계자는 12일 밤 “무바라크가 아직 샤름 엘 셰이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지만, 외신들은 “이미 이집트를 떠났을 수도 있다” “신병 치료차 독일로 가거나, 아랍에미리트로 망명할 것”이라는 등 각종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무바라크가 해외로 망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보도들이다. 하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다.

무바라크 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을 옥죄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그의 퇴진 직후 “이집트 국가 재산의 횡령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무바라크 일가와 측근들의 스위스 내 재산을 동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무바라크 일가가 보유한 재산의 규모는 불확실하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최근 “영국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 예금,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을 포함해 재산규모가 총 7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뉴욕 타임스는 12일 인터넷판에서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은 20억~30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2일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18일 동안 무바라크가 추적이 불가능한 해외계좌로 재산을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퇴를 거부한 이유는 그의 가족과 최측근들이 그의 눈과 귀를 가려 ‘소요 사태를 잘 넘길 수 있다’는 망상을 심어준 탓이라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통신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10일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그의 가족, 특히 아들 가말의 만류로 끝까지 버틴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 국민에게 차기 정부를 내줄 시기”라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압박전화에 “3~4일 뒤에 이야기하자. 그때 내가 옳았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보도했다.

서승욱·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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