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예산' 격돌 예고

중앙일보

입력

"예산 심의 때 봅시다."

지난 19일 나흘간의 98년도 예산안 결산심사를 마치며 한나라당 예결위 의원들은 이렇게 별렀다.

한나라당 내부에 정치개혁협상.언론문건 국정조사 등 정치현안들과 예산안 통과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있는데다 정부의 무성의한 정책질의 답변에 야당의원들의 심사는 잔뜩 뒤틀려 있다.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0년도 예산안 심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들이다.

내년 예산안 규모(일반회계+재정투융자 특별회계)는 모두 92조9천2백억원. 정부와 여당은 일찌감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고작 5% 늘어난 것으로 예년의 예산증가율 8~9%에 크게 못미친다" (張永喆예결위원장)며 원안통과를 위해 바람을 잡아왔다.

당정은 2004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첫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비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도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내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따라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저소득계층 지원을 위해 1조2천억원이 책정됐고, 농어민과 서민층 의료비 부담 경감명목으로 지역의료보험 지원에 1조3천억원이 잡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18조5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적자 부분을 지목하면서 진작부터 '10% 삭감' 을 외치고 있다.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적자재정 탈피를 위해 최소한 8조원(총예산의 약 10%)은 삭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예산안 중 여야의 대립이 심각한 부분은 역시 '총선용 선심예산'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총 12조원이 투입되는 남해안 지역 관광개발 프로젝트 등 지역개발사업비를 집중 분석 중이다. 서해안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고속도로에 투자되는 2조3천억원의 사업비 등도 해부대상에 올라 있다.

또 공공근로사업 등 실업대책예산이 올해(3조2천억원)의 절반 수준인 1조5천억원으로 급감한 부분도 따질 계획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대폭 깎겠다고 별러온 국가정보원 예산은 국회 정보위에서 통과돼 손대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예산안 자체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이에다 정치현안들까지 맞물려 올해도 법정 예산안통과시한(12월 2일)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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