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간 일본총리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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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영토는 일본의 고유영토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은 용서할 수 없는 폭거다.”(7일, 간 일본 총리)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는 러시아의 전략적 지역이다. 현대적 무기를 추가로 배치하라.”(9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쿠릴열도 남부 4개 섬을 둘러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러시아 대통령 간의 외교갈등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쿠릴열도에 무기와 군병력을 늘리라며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나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9일 국방장관과 지역개발부 장관에게 “쿠릴열도는 우리 영토에서 떼어낼 수 없는 지역인 만큼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무기, 현대적 무기로 안보를 확고히 하겠다. 지금 당장 무기를 이동시키고 필요한 조직 관련 조치도 완수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 중 어느 곳에 무기를 배치할 것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2월 말까지 배치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케이 신문은 10일 러시아가 프랑스에서 구입하려는 마스트급 상륙함을 북방영토 방위를 위해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 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7일 간 총리가 지난해 11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강경대응이다.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난국에 빠진 간 총리는 7일 ‘북방영토 반환 요구 전국대회’에 참석했다. 그러고는 영토 문제에서 저자세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강경한 단어를 구사하며 러시아를 공격했다.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에 일본은 당황하고 있다. 일 언론들은 일제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속보로 전하며 “11일로 예정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루카셰비치 정보국장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지도부의 우호적이지 않은 발언으로 러·일 간 영토 문제를 둘러싼 대화 무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11일 열리는 러·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금이 투입될 쿠릴열도 공동 개발 프로젝트 역시 러시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쿠릴열도의 4개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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