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자활이 가능한 복지 구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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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 영 배
한국경총 상임부회장

정치권의 복지 확대 논쟁이 뜨겁다. 정부와 여당은 친서민 정책 기조에 따라 27.9%라는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을 확정했고, 민주당은 ‘무상시리즈’를 주창하고 나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한참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이 복지 포퓰리즘 전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돈을 부담하지 않는데도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겉으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듯 보이지만 실제론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포퓰리즘으로 번영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심각한 후유증만 겪었다.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확보나 복지와 성장의 조화 등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완전히 도외시함으로써 국가적 재앙이 된다. 또 복지 확대는 그 정책을 도입한 사람이나 집단이 즉시 평가를 받지 않는 시차(Time lag)의 문제가 뒤따른다. 피라미드형 다단계 판매처럼 향후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단지 현재의 이윤만 나눌 뿐이다. 이들의 지상목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느냐 하는 것뿐이다. 복지 포퓰리즘 역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에 수혜 대상만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복지는 일단 시행되면 폐기하기가 어렵다. 증세 없이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을 내는 국민과 기업, 우리의 자식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규모는 394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향후 저출산·고령화와 통일 등 그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대규모 재정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지금의 복지 포퓰리즘은 자칫 국가의 재정을 파탄낼 것이다. 물론 복지는 매우 중요한 국가 어젠다며, 성장 단계에 맞는 복지는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더라도 복지의 외연적 확대보다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이 우선시돼야 하며, 그래야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된다. 그러려면 단순한 구빈(救貧)이 아니라 자활이 가능한 복지를 구축함으로써 복지와 성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수혜자를 확대해 재정부담을 늘리기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정책들을 정비해 꼭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복지 포퓰리즘은 지금은 달콤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독약과 같다. 역사는 결코 당장의 인기에만 영합하고 나중에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치권이 명심해 줬으면 한다.

김영배 한국경총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