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농민의 농촌 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농산물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바 있는 칠곡토종홍화농장(대표 배문열,裵文烈)이 오는 22일부터 농장 홈페이지 방문객 1인 당 10원씩을 적립, 농촌 어린이에게 컴퓨터를 보급하는 <농촌정보화 운동>을 펼친다.

일반적으로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하는 경우는 많아도 방문객 수에 따라 일정금액을 적립, 공공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농장은 최근 몇몇 사이트들이 많은 회원을 확보, 광고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의 일부를 사이버머니로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에 착안해 적립금 모금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농촌정보화> 운동으로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 광고수익도 늘어나고 이 광고수익금으로 충분히 적립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모자라는 금액은 판매수익금 중 일부를 충당한다.

이처럼 농장이 <농촌정보화> 운동에 나선 것은 농장 대표인 배문열씨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최초의 사이버농민이자 신지식농업인으로 잘 알려진 배씨는 처음에는 평범한 회사원. 잘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자 뼈 질환에 특효가 있고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토종홍화 재배에 뛰어든 것이 지난 94년.

처음에는 판로 때문에 애로를 겪었던 배씨가 주목한 것이 PC통신. 이 통신판매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배씨는 지난 해 홈페이지(www.honghwa.co.kr)를 개설, 본격적인 사이버 판매에 나서기 시작한 것.

배씨의 사례는 바로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올 2월에는 농림부 장관이 직접 배씨의 농장을 방문, 전자상거래 시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칠곡토종홍화농장은 사이버 판매만으로 연 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단일 농산물 사이트로는 국내 최대인 26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상태.

이처럼 농산물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공에 불과했다는 것이 배씨의 생각.

물론 각종 기관이나 몇몇 농민들이 농산물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지만 아직도 미흡한 편이라고. 규모로 보아 외국 농산물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산물의 장래는 바로 특화된 농작물의 전자상거래만이 대안.

따라서 도시 지역에 비해 정보화 기반이 취약한 농촌 현실에서 기본적인 컴퓨터 보급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농촌어린이를 위한 컴퓨터 보급에 나섰다는 것이 농장측의 설명.

농장은 먼저 칠곡지역 농촌 어린이게 컴퓨터를 보급하고 점차 보급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칠곡토종홍화농장의 배문열 대표는 "앞으로 우리 농촌이 살아남으려면 도시지역 사람들보다 오히려 인터넷을 더 잘 활용해야 한다" 면서 "거창하게 당장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를 보급할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시작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장은 이번 <농촌정보화>운동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사기간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펼칠 방침.

또한 국내 최초로 농산물 전자상거래에 뛰어든 경험을 살려 농촌 어린이 컴퓨터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