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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유가] "배럴당 30불까지 세계경제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안정세로 돌아서는 듯했던 국제유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배럴당 10.92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저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유가는 지난 10월 중순 하락세로 돌아서 20달러선까지 미끄러졌으나 산유국들의 감산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며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올 겨울 북반구 원유수요 증가로 배럴당 30달러까지 오를 것" 이라고 보도하는 등 전문가들은 대체로 추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왜 오르나〓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3월로 예정된 감산 시한을 연장할 뜻을 강력하게 표명한 데다 겨울철 석유수요 증가로 재고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수급악화에 따른 것이다.

현재 OPEC 회원국 가운데 알제리.이란.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내년 3월로 예정된 감산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산 시한이 내년 6월말 또는 그 이후로 연장될 것이라는 게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OPEC의 이같은 움직임은 감산 시한이 임박하면 유가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내년 2분기는 원유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점을 감안할 때 미리 공동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유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세계 원유재고량 감소도 악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분기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재고량이 하루 2백60만배럴씩 감소, 11월말에는 25억6백만배럴, 연말에는 24억2천6백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요국인 미국의 경우 지난 12일 현재 재고량이 3억9백87만배럴로 1주일 전에 비해 2백49만배럴, 1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3천만배럴이나 감소했다고 미국석유협회(API)가 밝혔다.

여기에다 국제 투기자금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석유선물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유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석유노조의 파업 움직임과 나이지리아의 사회불안 소식도 원유시장에선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 얼마까지 오를까〓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에너지연구소(CGES)는 "OPEC가 내년말까지 감산정책을 고수할 경우 내년 4분기엔 배럴당 35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 며 "원유 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 빠질 것" 이라고 예측했다.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사바 석유장관은 "동절기 수급사정을 볼 때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25~28달러선에서 움직일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월 92%까지 상승했던 OPEC의 감산이행률이 10월엔 83%로 떨어졌다" 며 "유가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 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원유분석가 루시 하스킨스는 "내년 3월까지 OPEC의 감산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재고량은 한층 감소할 것" 이라며 "이때문에 향후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골칫거리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도 "고유가 때문에 내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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