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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 vs 5000 … 다문화·탈북자 가정에 ‘공신’이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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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멘토 대학생들과 함께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담은 신문을 제작했다. 이들은 멘토들로부터 8월까지 무료 학업 지도를 받는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채영(이화여대 식품공학과2)·김남희(이화여대 경영학과1)·정현준(경희대 생체의공학과3)·신현아(한양대 신방과1)·이종수(경희대 생체의공학과3)·파나마료브 다니엘·이명은·황주성·바수 데비·김예주. [황정옥 기자]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대회의실. 부모 중 한쪽이 러시아·벨기에·인도·중국·일본 출신인 다문화 가정 학생 6명과 탈북자 가정 학생 1명이 대학생 멘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버지가 러시아 출신인 파나마료브 다니엘(인천 산곡남중3)은 멘토 이종수(25·경희대 생체의공학과3)씨를 만나자 바로 “형”이라 부르며 싱글벙글했다.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도 만난 지 10분도 안 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의 만남은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 멘티의 일대일 결연을 맺어주는 본지의 공신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올해부터 LG그룹의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참여하면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도 멘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짝을 맺은 7쌍의 멘토·멘티는 올 8월까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다니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형적인 다문화 가정 학생이다. 전교 3%에 드는 우등생인 데다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와 기타 연주도 수준급일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남 모를 고충이 많았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외투 깃도 최대한 올려 얼굴을 가린다. 도드라진 외모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주변의 눈길 때문이다. 다니엘은 “한국에선 한국말 잘한다고 신기해하고, 러시아에선 중국에서 왔느냐고 놀려요. 어딜 가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제 이런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 공신 프로젝트와 사랑의 다문화 학교의 지원을 받아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학업과 진로 지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멘토 이종수씨는 “대학생이 돼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인도인 아버지를 둔 바수 데비(서울 원당중3)는 멘토 김남희(20·이화여대 경영학과1)씨에게 “피부가 검은 편이고 눈도 커서 놀리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소녀인데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콤플렉스를 없앤 것은 초등학교 때 “데비는 아주 특별하고 부러운 사람”이라고 칭찬해준 선생님의 한마디 격려 덕분이었다. 김남희씨는 “데비가 자신의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내가 배운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명은(서울 문창중3)양은 어머니의 고향인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에 왔다. 어머니는 한국말이 서툴다. 공부 욕심이 많은 명은이는 다른 한국인 어머니와 달리 별로 참견하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섭섭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멘토 신현아(21·한양대 신문방송학과1)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험 공부는 어디까지 했어?”라고 엄격하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신현아씨는 “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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