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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녀 ‘신상털이’ 는 고교생 해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해 9월 7일 한 케이블 방송에 김모(25·여)씨가 출연해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명품을 구입하며, 지금 몸에 걸친 것만 4억원어치”라는 인터뷰를 했다. 즉각 명품녀 진위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며칠도 안 돼 인터넷에 김씨의 이름·사진·주소·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자료가 공개됐다. 한 무리의 해커가 김씨가 가입한 인터넷 쇼핑몰, 항공사, 부동산 관련 사이트 등을 해킹해 김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이 범인들이 붙잡혔다. 고교생 2명이었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8일 방송사·학교·기업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해킹해 정보를 빼내거나 사이트를 마비시킨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구 모 고교 2년 K군(17)과 포항 모 고교 1년 C군(16)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방송사와 학교·기업 등의 홈페이지도 잇따라 해킹했다.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300만원 납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의 모교인 대구공고 홈페이지를 해킹해 다운시켰다. 5월에는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진압과정에서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항의 표시로 태국 교육부 홈페이지를 해킹하기도 했다. 이들은 EBS와 통신업체 등 104개 서버시스템을 해킹해 760만 건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전화·문자메시지 무료 사용 등에 이용하기도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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