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헌 동지 이재오·김문수 지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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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2009년 12월 도지사 공관에서 함께 걷고 있다. [중앙포토]

한나라당 소속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987년 거리에서 ‘대통령 직선제’ 투쟁을 함께 벌였다. 이젠 87년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가운데 이 장관과 김 지사는 개헌과 관련해 다른 생각을 표출하고 있다. 이 장관은 “87년 헌법에는 유신헌법의 잔재가 많고, 그 이후의 시대 변화를 (헌법에) 담아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는 반면 김 지사는 “현행 헌법은 유신체제 철폐를 위해 15년간 국민의 투쟁으로 만든 것이고, 시대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며 ‘호헌론(護憲論)’을 펴고 있다. 두 사람과 87년 헌법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김 지사는 경북고 3학년이던 6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데모를 하다 무기정학을 당했고, 72년 유신헌법에 반대해 서울대에서 제적됐다. 나중에는 직선제 요구 시위를 하다 2년6개월간 복역했다. 이 장관도 유신 이후 수차례 투옥됐다. 87년 6·10항쟁 땐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직선제 개헌 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두 사람의 평가는 판이하다. 이 장관은 “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에 우리 같은 대통령제 국가는 없다. 극빈국, 부패한 나라가 대개 대통령제다”라며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87년 당시 5년 단임제로 못 박은 것은 이승만·박정희 두 사람이 각각 대통령 3선제와 사실상의 영구집권제 개헌을 한 우리 역사 때문”이라며 “5년 단임제도 ‘제왕적’이라는데 연임제는 오죽하겠나”라고 말한다. 이 장관이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에 대해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정치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정치 과제로 개헌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반면 김 지사는 차기 대권 예비주자로서 대통령과 차별화하려 하기 때문에 개헌에 반대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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