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재원·김영나 부녀, 중앙박물관장 대 잇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선친이 25년간 지켰던 국립중앙박물관을 41년 만에 딸이 맡게 됐다.

 8일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내정된 김영나(60)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얘기다. 서울대 박물관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을 역임한 그의 선친은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 초대 관장을 지낸 여당(藜堂) 김재원(1909~90) 박사다. 김 전 관장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부터 70년 2월 23일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25년간 한 자리를 지킨 예는 드물다.

1975년 그리스 미케네 유적지를 찾은 고 김재원 박사(오른쪽)와 막내딸 김영나씨.

 김 전 관장의 자서전은 『박물관과 한평생』이다. 자서전 제목처럼 그의 삶은 대한민국 초기 박물관사 자체였다. 광복과 미군정,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오늘날의 중앙박물관 초석을 다져놓았다. 특히 6·25 전쟁 당시 악전고투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9·28 수복 직전 문화재를 북송하려는 북한군의 감시 하에 간송 전형필 선생의 고려자기를 싸면서 크기를 제대로 재지 않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3일 동안 5점만 포장했다고 한다. 중공군 참전 이후엔 문화재를 부산으로 피란시키기 위해 백낙준 당시 문교부 장관을 세 차례 찾아가 ‘우리의 문화재를 우리 국토 내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을 승낙한다’는 지침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정전 이후엔 이승만 대통령에게 “박물관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다.

 이런 그의 세 딸 중 둘이 미술사를 전공했다. 첫째가 불교 조각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리나(69) 홍익대 명예교수, 막내딸이 김 내정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두 자매가 모두 후보군에 올랐다”며 “김 내정자가 덕성여대와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낸 이력이 있고, 김리나 교수에 비해 젊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초의 부녀 국립중앙박물관장 기록을 세우게 된 김 내정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친 덕분에 더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여고 ▶미국 물렌버그대 미술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 ▶덕성여대 교수 ▶서양미술사학회 회장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