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과 수교 이끈 무사, 온건파 지도자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므르 무사

이집트 시위 사태가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온건 실리주의자로 꼽히는 아므르 무사(Amr Moussa·75 )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 지도자의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사는 야권 대표주자로 떠오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Mohamed ElBaradei·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보다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5일 전했다. 수십 년간 해외에서 활동한 엘바라데이와 달리 무사는 국내에서 주로 활동해 국민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6일 “무사는 당면한 난국을 가장 무난하게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무사가 지난 4일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동참하자 시위대는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그의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그가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환호했다. 무사는 이날 프랑스 라디오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자격을 갖춘 시민으로서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대 야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정치적 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압달라 알아샬 전 외무부 부장관은 “무사는 카리스마가 있다”며 “그는 언론의 스타이며 능력을 발휘할 때 매우 부지런하다”고 말했다. 무사는 1991년부터 10년간 무바라크 밑에서 외무장관으로 일할 때에는 무바라크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무사의 인기가 치솟자 위협을 느낀 무바라크가 외무장관에서 내친 뒤 아랍연맹 사무총장으로 밀어냈다고 한다. 무사는 엘바라데이와 오마르 술레이만(Omar Suleiman·76) 부통령 등과 함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한 명으로 거론된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이집트 대통령과 차남 가말(Gamal)은 오는 9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무사는 한국 외교가에서도 좋아하는 인물이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7일 “무사는 친한파”라며 “무바라크를 설득해 95년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한 주역이 무사”라고 말했다.

당시 외무장관이던 무사는 73년 4차 중동전쟁 때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무바라크에게 한국과의 경제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카이로대 아시아센터의 자베르 아와드(Jaber Awad) 소장은 “경제 개발을 중시하는 실리주의자 무사가 집권하면 한국 등 아시아 지역과의 관계 증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이집트가 추진하고 있는 총 16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 규모의 원전 건설 수주 경쟁에 나선 상태다.

카이로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 C씨는 “탄탄한 정치 기반이 없는 엘바라데이는 무슬림형제단에 의해 휘둘릴 위험이 있고, 술레이만은 무바라크 측근이라는 점에서 사회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이집트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개 무사를 가장 안정적인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