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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의사부인 사망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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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출산을 한 달여 앞둔 A씨(29)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녀는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남편 B씨(32)와 결혼해 2년 만에 첫 아기를 가졌다. A씨는 만삭의 몸으로도 경기도 안양의 한 어린이영어학원 교사로 일할 정도로 건강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편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사고사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사안’이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아내가 욕조에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신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욕실 바닥 등에 미끄러져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고인의 손톱 아래 묻은 혈흔에선 남편의 DNA가 검출됐고, 남편 얼굴엔 상처가 나 있었다. 경찰은 ‘부부싸움 후 우발적인 살인’으로 보고 B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또 B씨가 사건 당일 학원강사인 부인을 찾는 전화가 계속 걸려 왔지만 한 통도 받지 않은 점도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전문의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아침에 집을 나와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내가 학원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비로소 집에 갔다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만삭의 임신부가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목이 눌릴 수 있는 데다 제3자에 의한 타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을 조르려면 5분 이상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최종상 마포서 형사과장은 “남편과 아내 모두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다” 며 “B씨의 범행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또 “사망 추정시간을 너무 넓게 잡아 영장이 기각된 것 같다”며 “보강수사를 통해 시간을 좁혀 영장을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지법 이창열 공보판사는 “영장 발부와 기각이 피의자의 유무죄를 결정짓는 건 아니다. 재판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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