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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 i-TOP 경진대회서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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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학생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왼쪽부터 이병곤·이윤재·문종근군. [조영회 기자]

얼마 전 컴퓨터·통신 활용능력을 시험하는 전국 i-TOP(IT On Productivity) 경진대회에서 천안 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정보기술 분야(단체전) 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았다. 입학 당시만 해도 평범하기 짝이 없던 선·후배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래 정보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이윤재(3년)·문종근(2년)·이병곤(2년)군을 만났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식지 않은 열정 … 컴퓨터 도사가 되다

1일 오전 천안시 천일고등학교 전산동아리실. 신당동 겨울 들녘 칼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도착한 이윤재군이 굳게 닫힌 교실 문을 열었다. 서둘러 집을 나온 탓에 약속시간 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졸업반인 이군은 며칠 있으면 학교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덕담을 주고 받기 위해 후배들을 불렀다. “벌써 도착해서 공부하고 있는 거에요? 역시 우리 ‘짱’이십니다~” 문종근·이병곤군이 미안한지 먼저 도착한 선배를 추켜세웠다.

지난해 말(대회 10월, 결과 발표 12월) 전국 26개 지역, 35개 고사장에서 1만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i-TOP경진대회가 열렸다. 정보기술(ITQ), 정보관리(ERP), 컴퓨터그래픽(GTQ), 국제컴퓨터활용능력(ICDL) 등 4개 분야로 나눠 경기가 진행됐다.

 이군 등은 ITQ분야 고등부 단체전(769개 팀 참가)에 출전, 전국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ITQ는 엑셀, 한글, 인터넷 등 3개 과목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서식을 만들어 값을 넣거나 정확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경기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긴박했던 대회 … “다시 생각해도 떨려요”

그날의 영광이 있기까지는 남모른 노력이 있었다. 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 학교에서 자격증이 많은 학생을 모집했고 이군 등 3명이 선발됐다. 연습시간이 따로 없어 틈틈이 시간을 쪼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급조된 팀이어서 지원 예산도 없었다. 지도교사들은 아이들의 간식과 식사를 해결하느라 고민해야 했다. 대회 3주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주말 밤 늦도록 전산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대회 당일, 이군 등은 늘 지니고 다녔던 개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손에 익은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새 장비로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긴장감이 엄습했지만 평소 연습대한대로 자판을 두드렸고 첫 과목인 엑셀에서 만점을 받았다. 자신감을 안고 한글과 인터넷 과목 시험을 계속 이어갔다. 반복적인 연습이 큰 도움이 됐다.

IT관심 없던 아이들이 전문가를 꿈꾸다

선배인 이윤재군은 고교 입학 당시만 해도 IT란 단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격증도 단순히 학과 점수를 받기 위해 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격증 따는 성취감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컴퓨터활용능력,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10여 개에 이르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은 자신만의 스펙이 됐고 대회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중학교 때 중하위권 성적에 머물렀던 문종근군과 이병곤군 역시 10여 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각종 대회에도 나가 상장을 거머쥘 정도로 자격증은 곧 실력이 됐다.

 ‘대충 공부해 졸업 후 취직이나 해야지…’ 생각했던 학생들이 대한민국 최고 IT관련 전문가의 꿈을 갖게 됐다. 볼품 없는 성적에 컴퓨터 타자도 칠 줄 몰랐던 이들이 학교의 위상을 높인 자랑스러운 인물이 됐다.

 오자영 지도교사는 “천일고가 전국 최고의 IT계열고로 자리매김해 기쁘다”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의 명예와 개인 발전을 위해 애써준 학생들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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