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기로도 옮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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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공기 중 바람을 타고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람이나 차량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국내 구제역 표준대응지침(매뉴얼)이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들의 공기를 채취해 정밀검사한 결과 경기도 이천의 돼지농장 두 곳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차량을 매개체로 삼지 않고도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2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전파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축이나 축사 주변 사료 등의 물건이 아닌 공기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오염된 가축이나 축사 주변 사료나 분뇨 등을 접촉한 사람의 옷·신발 등을 통해 옮겨지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이 때문에 주로 축사 주변 바닥이나 길목의 바닥에 생석회나 소독약을 뿌리는 방식으로 방역을 해왔다. 하지만 철저한 출입통제와 방역을 해온 국가·지자체 산하 축산연구소 등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다른 방식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조사를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얼마나 멀리 전파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5일 밤 구제역 방역 대책회의를 열고 현재까지의 방역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점검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충남 천안시 성환읍 어룡리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에서 기르던 돼지들이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았다. 축산자원개발부는 씨젖소 350여 마리와 씨돼지 1650여 마리 등의 다양한 종자용 축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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