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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과학원 ‘철통방역’ 공기 통해 뚫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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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잃어버린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았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른 매개체 없이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 얘기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가 밝히지 못한 구멍에 꼭 맞는 조각인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그동안 방역과 출입통제가 철저한 국가나 지자체 산하 축산연구소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자 전파경로를 찾는 데 고심해 왔다. 유력한 후보는 바람이나 야생동물을 통한 전염이다.

 바람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지난해 4월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부터 제기됐다. 2001년 발생한 영국의 구제역이 프랑스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 전파됐다는 연구논문이 근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이번 구제역에 희생된 경북 축산기술연구소 역시 바람을 통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농식품부도 그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해 왔다. 발생 농장 근처의 야생동물을 잡아 혈청검사를 하기도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발생농장과 매립지로부터 250m, 500m, 1㎞ 떨어진 지점에서 공기를 채취해 검사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실시한 공기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이다.

 물론 공기 중 바이러스 검출이 바람을 통한 전파를 곧바로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온 국립연구소의 가축까지 감염된 현실은 바람을 통한 전파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6일 감염이 확인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충남 천안시 성환읍)가 대표적이다. 이 기관은 국립축산과학원 산하의 어느 기관보다 빠르게 방역 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천안시 한 사슴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뒤로 가축 관리 담당자들은 ‘연금 생활’을 할 정도였다. 축산과학원 손동수 연구원은 “식량과 가축 사료는 적외선과 액체 소독제 등으로 이중 삼중 소독해 농장에 반입했다”며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축산자원개발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돌려보며 감염경로를 찾고 있다. 야생동물 혈청검사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단서를 찾지 못할 경우 공기 중 전파가 유력한 경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동물방역과 관계자는 “공기 중 구제역 바이러스 농도가 진할 경우 공기 중 전파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다른 가능성으로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을 통한 전염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임미진 기자

◆축산자원개발부=옛 국립종축장.430만㎡의 부지에서 토종닭 등 1만5000여 마리의 종축(씨앗 가축)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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