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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원장, '정부·정치권 동반개혁 필요'

중앙일보

입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정치권의 자성론을 제기한데 이어 좌승희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16일 정부 및 정치권 동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원장은 이날 연세대에서 한경연과 연세대 경제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새로운 대기업 패러다임의 모색'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벌이 개혁돼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주어진 제도'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제도가 국회에서 생성되고 행정부에서 집행되는 만큼 재벌의 잘못된 행태가 나타나고 그를 초래하는 경제제도의 개혁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 및 정부 부문의 동반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지배구조 정책이 기업의 내부지배구조인 이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려 한다면서 사외이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것보다 최소한의 지침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광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도성 서울대교수,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대기업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선단식 경영을 독립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재벌의 반발을 의식,재벌해체가 아닌 것으로 변명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음은 각 발표자의 발언요지.

◇ 신광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력 집중과 대기업집단의 지배.경영.사업구조와 행태상의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아니라 시장의 힘에 의해 해소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정책은 시장구조와 행태를 경쟁화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기업간 사업교환이나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엄격한 경쟁정책적 규율이 적용돼야 한다.

◇ 최도성 서울대 교수 =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재벌개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법과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의 사외이사제도도 1960년대에 도입됐지만 이사회가 스스로 최고경영자를 교체할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기까지는 20-30년이 걸렸을 정도다. 오히려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 기업지배 참여자의 끊임없는 참여와 감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 황인학 한경연 연구위원 = 정부의 재벌개혁 목표를 재벌해체, 또는 다각화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의 해체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주력업종 중심의 사업재편이 바람직한 경영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부실그룹일수록 다각화 정도가 뒤처진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도 나왔다. 개별기업, 개별상품의 경쟁력이 충분히 높지않은 우리 기업이 현금흐름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 = 재벌개혁의 선언이 과연 의도대로 실천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지난 8월15일 재벌개혁 3개 추가사항이 발표된 이후 업계가 반대의견을 보이자 청와대는 이를 재벌해체가 아닌 것으로 변명했다. 정부가 정공법으로 재벌문제를 풀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하며 은행, 재벌,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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