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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친근감 '포케몬' 동심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40대 회사원 L씨는 출장 기간 내내 초등학생 아들이 부탁한 선물을 구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아들의 주문은 '포켓 몬스터 캐릭터 카드를 구해오라'는 것. 1백여장이 한 세트로 돼있는 이 카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L씨 아들의 말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이 '희귀품'을 구해가면 학교에서 그야말로 '뜬다'는 것이었다.

'포케몬' (포켓 몬스터의 애칭) 허리케인이 국내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7월 발매된 만화책 〈포켓 몬스터 스페셜〉 (도서출판 대원)은 9월 셋째주 교보문고 아동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달 나온 〈포켓 몬스터를 찾아라〉와 〈포켓 몬스터와 놀자〉는 10월 넷째주 영풍문고 순위 1, 2위에 나란히 등극했다. 만화잡지 〈팡팡〉 연재분을 모은 '전격 피카추' 1권도 최근 출간돼 인기 돌풍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용 만화가 아닌 일반 만화가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초유의 일이다.
SBS에서 방영 중인 만화영화 역시 시청률 20%를 웃돌고 있으며, 인형· 운동화· 가방· 과자 등 캐릭터 상품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선호 역시 과거 〈세일러 문〉 수준의 인기를 재연하고 있다.

일본 닌텐도 사에서 게임으로 처음 개발,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된 〈포케몬〉은 이미 미국과 대만· 유럽 등지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1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휴일이면 어린이들이 TV 앞에 붙어 앉아 부모와 외출을 거부할 정도로 대단했다.

지난 10일 미국에서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포케몬-더 퍼스트 무비〉는 시사회 무료 티켓을 얻기 위해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사에 1분만에 7만통의 전화가 걸려왔을 정도. 개봉 첫날 약 1천만달러(약 1천2백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5일만에 5천2백만달러를 벌어들여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사상(애니메이션) 최고를 기록했다. 역대 1위는 첫주 4천만 달러를 기록한 디즈니의 〈라이언 킹〉.

또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텔레토비와 파워레인저· 바비 인형 등 쟁쟁한 품목들이 매년 차지했던 '크리스마스 베스트셀러'로 올해 포케몬이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포케몬'이 이렇게 난리일까. 만화관계자들은 종류가 다양한 귀여운 캐릭터가 어린이들에 어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몽실몽실하게 생긴 토끼를 닮은 주인공 피카추와 개구리· 거북 등 어린이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동식물의 모양을 딴 캐릭터들이 변신을 하는 가짓수가 1백50여개나 된다.

세종대 한창완 교수는 "'다마고치'가 사랑받았던 이유처럼 자기에게 친근한 존재가 변신과 진화를 한다는 것에 어린이들이 신기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가령 등장인물 중 등에 씨가 붙어있는 개구리 '이상해'는 씨의 변화에 따라 이상해씨. 이상해풀. 이상해꽃으로 이름이 바뀐다.

피카추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캐릭터는 수입하는 나라마다 자국의 언어로 새로 명명을 해 친근함을 더한다.

이는 '포케몽'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일본 쇼각칸(小學官)이 이러한 '자국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업권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꼬부기· 어니부기· 거북왕 등 아기자기한 이름들은 모두 정교한 이름짓기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동일한 과정을 거친 '텔레토비'의 나나· 보라돌이· 뚜비· 뽀의 전략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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