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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서대문 영재교육센터 첫 수료생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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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관악구에 이어 두 번째 지자체·대학 공동 영재교육센터로 관심을 모았던 이화-서대문 영재교육센터가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학·과학 분야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 영재도 함께 교육을 받았다. 특히 총 100시간의 교육 시간 중 15시간 이상을 리더십 교육에 할애해 학생·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리더십 교육을 받고 나서 성격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제게 포용의 리더가 될 자질이 있대요. 그걸 알게 된 게 가장 기뻐요. 혼자 잘한다고 리더가 될 수는 없잖아요.”장준우(이대부초 6)군은 지난해 이화-서

대문 영재교육센터의 인문·사회 영재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지만 인문학도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는 부모의 조언을 듣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장군은 “멀리 보는 눈 뿐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눈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특정 분야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혁신적인 리더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군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미국 NASA(국립 항공우주국)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그저 튀고 싶지 않은 과학 영재였다. 그러다 학교 추천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과 리더의 개념을 깨닫게 됐다. 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정치, 경제, 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장군은 “따분한 것 인줄만 알았는데 배워보니 재미 있었다”며 “지구온난화에 대해 UCC를 제작할 때 친구들과 토론을 많이하다 보니 과학과 인문학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장군은 지난해 말, 친구 3명과 함께 ‘심리학을 이용한 성숙한 학급 분위기 형성하기’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썼다. 이 논문으로 서울시교육청 주최 영재교육 창의적 산출물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전체 20여개의 참가 팀 중 유일하게 초등학생으로 이뤄진 팀이 쓴 것이라 더욱 돋보였다. 적극적으로 바뀐 성격 덕에 학교에서 실시한 모의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당선되기도 했다.

독서습관도 바뀌었다. 장군은 “전에는 과학책 아니면 아예 보지 않았었는데 세종대왕과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고 부터는 다른 책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기회가 되면 리더십 교육을 더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서울과학고나 미국 유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장군은 올해 과학 영재반에서 심화학습을 할 예정이다.

혼자 보다는 여럿이, 독불장군 보다는 포용의 리더

임채웅(이대부중 1)군 역시 리더십 프로그램덕을 많이 봤다. 과학 영재프로그램에 참여한 임군은 “여름방학 동안에 했던 위인 조사하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리더가 될 수 있는지 파악한 후에 비슷한 유형, 즉 자신이 본받을 만한 리더를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이화여대 설립자인 메리 스크랜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됐다”면서“해외에서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당시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에 들어와 힘들게 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한 것을 보고 희생정신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소외계층이었던 여성들을 위해 전문학교를 만들었다는 점이 임군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우주나 광물을 유난히 좋아했던 임군은 요즘 별 관측에 푹 빠져 있다. 별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욕 덕에 임군의 천체 물리학 실력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 않은 수준이다. ‘별 하늘지기’ 등 동호인 카페에서도 유명인으로 통한다. 두께가 10㎝에 육박하는 천문학 도록을 일일이 살펴보다 보고 싶은 별자리가 생기면 아버지를 졸라 관측여행을 떠난다. 올해만도 30회 관측 목표를 세웠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 위에서 관측해야 하는 특성 상 연간 30회 관측은 성인 동호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실적이다. 특정 별자리 관측 포인트나 장비 조작법 등 임군이 갖고 있는 노하우는 카페의 인기 자료 중 하나다. 그러나 임군도 처음에는 동료들과 정보교환이나 소통에 애를 먹었다. 자신의 고집을 꺾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리더십 수업을 듣고 변했다. 임군은 “과학 이론을 발표하는데 자신의 의견만이 아니라 반드시 주위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토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아주 큰 것을 얻은 것같다”고 말했다. 임군의 어머니 김선향(48·서울 현저동)씨는 “이대-서대문 영재교육센터를 다니더니 아이가 많이 변했다”며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아들이 대견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최초로 천왕성을 발견한 허셜 박사처럼 새로운 별을 발견해 내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임군은 올해 인문·사회 과정으로 다시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임군은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서로 충돌하는 이론이 많은데 이를 잘 조합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조화를 이루고 통합하는 능력이 필요해 토론이나 소통의 방법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영재교육원 최규리 주임교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주도적으로 모든 일을 해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리더십 프로그램의 효과를 더 면밀히 분석해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이대-서대문 영재교육센터 첫 수료생인 임채웅(왼쪽), 장준우군. 이들은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영재성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 = 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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