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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한국신용 상향조정]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의 맨 아래 단계에서 벗어났다.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6월 영국의 피치 IBCA가 앞서 투자적격 바닥보다 한 단계 위로 올렸지만 이번 S&P의 상향조정과는 격이 다르다.

S&P는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지만, 피치 IBCA는 그 영향력이 유럽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S&P의 신용등급 인상은 '기습적' 이라고 할 정도로 예고없이 단행됐다.

재정경제부조차 11일 오후 원화가치가 급속히 오르자 그 이유를 파악하던 중 S&P의 신용등급 조정 소식을 접했을 정도.

이번 등급 상향조정은 무엇보다 대우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1월 10일의 투신사 대우채권 편입 펀드에 대한 환매일 바로 다음날을 등급 조정일로 선택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의 대우사태와 관련한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한 시장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S&P는 대우그룹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추이는 좀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다른 재벌의 구조조정 과정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물가와 금리안정 등 거시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국가채무도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S&P의 이번 등급조정은 경쟁기관인 미국 무디스사를 의식한 측면도 강하다.

무디스는 지난 10일부터 국가신용등급 실사단을 한국에 보내 관계기관을 돌며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위한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올릴 바에는 무디스가 올리기 전에 선수를 치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S&P는 특히 이번에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리면서 향후 신용전망을 '긍정적' 으로 유지해 언제든 등급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경쟁사인 무디스는 오는 11월말로 예정된 등급조정에서 아예 2단계 정도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재경부는 대외신인도가 그만큼 향상된 것이라며 등급조정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일 게 뻔해 환율의 고삐를 어떻게 잡을지 부담을 안게 됐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원화가치의 빠른 상승에 대한 대응노력이 시급하다.

한편 이번에 받은 BBB등급은 외환위기 이전의 AA- 등급에 비해선 여전히 다섯 단계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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