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설 연휴 전후 ‘2보 전진 위해’ 숨 고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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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쪽은 춥고 한쪽은 뜨겁다. 요즘 날씨와 증시 얘기다.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의 기록적 한파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상이변 관련 소식이 신문와 방송 뉴스를 뒤덮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 가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궜다. 하지만 날씨 탓인지, 증시에도 약간 냉각기류가 흘러들었다. 해묵은 이슈라 할 중국의 긴축 우려가 재등장했고, 외국인도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이런 것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랠리의 단기 고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아마 28일 미국에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를 발표한 시점 전후로 이런 신호가 보다 강력해질 것이다. 랠리를 이끌었던,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 갈 재료가 일단락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와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 등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대표 기업의 4분기 실적 발표도 그때쯤 마무리된다. 사실상 실적 시즌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이때쯤 울린다는 얘기다. 이런 점으로 인해 국내 증시는 설 연휴를 전후해 지난해 말부터 계속됐던 랠리를 마감하고 에너지 재충전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재충전 동안에는 중국의 추가 긴축 강도 속도, 외국인의 순매수 둔화를 누가 메울 것인가 하는 점, 원화절상과 원자재가격 상승을 반영한 2011년 기업 실적에 대한 수정 전망 등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재가 어떻든, 설 연휴 전후의 숨 고르기는 하향 조정이라기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성격의 건전한 조정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믿어도 좋을 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업종 대표주의 위상은 기술력이나 수익성, 재무적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더 이상 골목대장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라 있다는 것이 2010년 실적을 통해 확인됐다. 따라서 다가올 조정은 현 장세의 주도주로 자리매김한 업종 대표주의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 전후를 굳이 ‘에너지 재충전 국면’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조금 더 보탠다면 한국 대표 기업의 주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를 마감하고 ‘프리미엄’ 시대로 진입하고 있지 않나 하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던지기에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한다.

 다가올 숨 고르기 국면은 여러 가지 이유로 최근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대형주를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증시는 큰 틀에서 볼 때 상승장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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