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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여명’] “인질생명 위험” vs “알 권리 존중” 격론 끝 엠바고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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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5일 삼호주얼리호가 해적에 납치된 뒤 국방부 출입 기자들은 최영함의 군사작전을 놓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군 당국이 군의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 삼호주얼리호의 선원 21명에 대한 ‘엠바고(Embargo·보도 유예)’를 요청했고, 기자들은 격론 끝에 엠바고를 받아들였다. 아덴만에서 최영함(4500t)이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기 위해 2000㎞ 떨어진 곳으로 출발한 뒤인 17일이었다. 국방부 출입 기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토론에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엠바고 수용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반대로 선원과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엠바고를 받아들이자는 것 등이 개진됐다. 결국 기자들은 보도 경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선원과 장병의 위험을 감안해 군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217일 만에 950만 달러의 석방금을 주고 풀려난 삼호드림호 피랍사건이 판단의 기준이 됐다. 당시 국내 언론들이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국제 네트워크를 갖춘 해적들이 선원에 대한 살해 협박을 하면서 구출 작전을 펴지 못했다.

 18일 1차 구출 작전에서 특수부대원 3명이 부상한 뒤 엠바고를 풀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엠바고 요청을 수용한 대의를 유지하자고 결정했다. 20일 오전 지역 신문인 부산일보가 1차 구출 작전 상황을 1면에 보도하고, ‘미디어 오늘’이 인터넷에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지만 선원들의 안전과 우리 군의 안전 및 효율적 작전을 위해 취재는 하되 보도하지 않는 상황을 일주일간 이어갔다. 군 당국도 청해부대의 작전 상황을 기자들에게 설명했고 기자들의 보도유예는 21일 오후 3시25분 구출 작전이 끝날 때까지 지켜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가 끝난 뒤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엠바고를 지켜 줘서 고맙다. 안 그러면 작전 수행을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군이 희생 없이 잘해 줬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성호 합참군사지원본부장도 “ 언론사 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유례없는 군·언론 간 협조체제가 이뤄진 셈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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