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한나라 내년 총선 각오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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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소속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당이 좀 더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오 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조문규 기자]


한나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지도부와 광역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지근한’ 반응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 “오늘 아침 보도(중앙일보 1월 21일자 14면)
에서 ‘한나라당 당론은 어디로 갔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난 (당 지도부의) 뜨뜻미지근한 코멘트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당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자체장이 힘이 빠지지 않게 해 달라”며 “민주당이 태스크포스(TF)를 만들 때 우리 당이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이 “(주민투표 문제는) 중앙당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이제 무상급식 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며 “서울시 무상급식 전선은 사실상 6·25전쟁 때의 ‘낙동강 전선’이며, 여기에서 밀리면 부산까지 간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도지사들도 과천정부종합청사 이전 문제, 과학비즈니스벨트 후보지 선정, 영남권 신공항 문제 등 국책 사업에 대한 불만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쏟아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과천을 비롯해 경기도 52개 공공기관을 옮기는데 이후 조치에 대해선 정부가 약속한 부분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안 해주고 데모하고 떠들면 해주는 건 고쳐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구는 한나라당의 심장부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는 도시인데, 집토끼는 거들떠보지 않으니까 오히려 산토끼가 되자는 여론이 있다. 영남권 신공항을 정부가 세 번 연기했고, 과학비즈니스벨트에도 실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 각오하라”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대구·경북 지역 유치를 요구하며 “경북에 뭐가 편성되면 ‘형님 예산’이라고 하는데 도지사로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시·도지사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안상수 대표는 불편한 표정이었다. 안 대표는 김범일 시장이 ‘한나라당 각오하라’고 발언하자 “좀 절제된 용어를 해달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과학기술벨트와 관련해선 비공개 회의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안 대표는 “여기냐 저기냐 서로 상처 나는 얘기는 그만하자. 유치 운동은 하지 말고 자중하자”고 지적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시·도지사 너무 줄어 착잡”=당 지도부는 지난해 6·2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지방권력의 ‘지형 변화’에 씁쓸한 표정이었다.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시·도지사가 너무 많이 줄어 16개 시·도 중 여섯 분밖에 안 계시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다 오셨는데도 (회의석) 한 줄밖에 안 된다”고도 했다.

글=김승현·허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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