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권 초기 대학 자율화, 지금은 거꾸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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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대학정책 기조는 자율과 경쟁력 확보다. 국가 경쟁력이 대학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100대 국정 과제에 ‘대학 자율화’를 포함시킨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대학들이 느끼는 자율화 체감도는 싸늘하다. 그제 열린 4년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총장들이 “정부는 더 이상 대학 자율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비판을 쏟아낼 정도다.

 총장들이 지적하는 정부의 대표적 ‘자율화 역주행(逆走行)’은 여전한 대입(大入) 간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3불(不)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를 포함한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을 공약했고, 취임 첫 해를 ‘입시 자율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들에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몰아붙이는가 하면 대입 논술 비중 축소를 요구하는 등 입시를 틀어쥔 채 거꾸로 가는 양상이다. 이러니 “정부가 대입 정책과 방법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따르는 대학에만 재정 지원 혜택을 주는 교육 관치(官治)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게 아닌가.

 대입 자율화가 필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대학이 스스로 정한 방법으로 대학 특성과 교육목표에 맞는 학생을 뽑아 가르칠 때 교육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수 대교협 회장이 이번 총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입시제도는 대학에 맡기는 것”이라며 3불 폐지를 주장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제부터라도 구체적인 3불 폐지 계획을 포함한 대입 완전 자율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동국대 오영교 총장은 엊그제 “교육 관료들은 학교를 통제하려고만 했지 학교 개혁을 도와주려는 마인드가 전혀 없다”고 했다. 교과부가 이런 소릴 계속 들어선 교육에 미래가 없다.

 대학도 자율에 따르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우수 학생 선발 못지않게 인재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도 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대학 자율화의 전제는 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