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여자들은 왜 기를 쓰고 하이힐을 신으려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데버러 L 로우드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
268쪽, 1만5000원

미국의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구두에 집착하는 여자다. 10센티미터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한국에도 그런 캐리 브래드쇼들이 많다. 하이힐이 운동화나 굽 낮은 구두보다 편할 리 없다. 오로지 더 맵시 있게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발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취향인 것일까.

 이 책을 쓴 스탠퍼드 법대 교수인 데버러 L 로우드 박사는 외모를 단순히 개인의 심미적인 이슈로만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정치적 이슈로 보고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력’에 근거를 둔 편견이 계급·인종·민족·성 따위로 인한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외모 가꾸기에 들이는 시간과 돈 등 사회적 비용도 문제지만,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비과학적인 태도가 삶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시장과 기술, 그리고 언론과 광고다. 공격적인 마케터들은 어느새 어린이용 화장품과, 스파, 얼굴 마사지 상품까지 내놨다.

‘외모를 개선할 수 있게 해주는’ 성형기술의 진보도 한 몫 했다. 영화배우 등 유명인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사람들은 ‘역시 외모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못생긴 여자란 없다. 그저 생각이 짧은 여자가 있을 뿐이다”라는 에스테 로더의 말처럼 잡지와 TV는 ‘당신이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며 소비를 충동질했다. 지은이는 뷰티 산업의 마케팅 전략은 묘하게도 중세의 교회를 닮았다고 말한다. 우선 불안을 조장하고, 마치 이를 구원하듯이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다.

 지은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출판·방송 등의 산업이 좀더 다양하고, 건강한 ‘문화적 이상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은 위험하거나 소비자를 오도하는 상품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 외모로 인한 차별 금지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데 학교, 가정, 정책 입안자가 긍정적 모델을 만들어 제시하고 지원하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