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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1%인 세계 도시, 온실가스 80% 배출하는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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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셉 마일링거
한국 지멘스 대표이사 사장

도시는 지구 전체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데 그치지만 75%의 에너지를 쓰면서 전체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화의 진행 속도도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인구 1000만 명, 2000만 명, 심지어는 3000만 명 이상 거주하는 이른바 ‘메가시티’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40년 후에는 인류의 70%가 도시 거주민이면서, 온실가스의 90%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도시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도시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일은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위협에 대응하는 첫걸음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이 지속가능한 지구의 핵심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빌딩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며 온실가스의 21%를 배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빌딩의 에너지 최적화는 단기간 내에 최상의 성과를 얻고 막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에너지 절감 모델을 통해 친환경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건물주는 계약에 의해 보장된 에너지 절감 비용을 친환경 프로젝트 추진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교통 시스템에 있어서도 친환경 기술은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며 기후 보호를 가능하게 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신호등은 기존 신호등에 비해 최대 90%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반면에 수명은 10배가 더 길다. 수백만 t의 불필요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교통체증은 최신 교통관리시스템을 통해 현저히 개선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지하철과 같은 에너지 고효율 열차는 이전 모델에 비해 30%나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하이브리드 버스는 이산화탄소를 기존 버스보다 3분의 1가량 적게 배출하며, 인도 델리의 새로운 지하철 신호 시스템은 수천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지멘스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니트와 공동으로 2009년부터 매년 ‘녹색도시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의 세계 여러 도시들의 환경 지속가능성을 비교함으로써 통합적인 친환경 인프라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서로를 벤치마크할 수 있게 하고자 만든 것이다. 2009년 발표된 ‘유럽녹색도시지수’는 유럽의 30개 대표 도시를 대상으로 평가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7개의 주요 라틴아메리칸 도시를 비교한 ‘라틴아메리카 녹색도시지수’를 발표했다.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다. 지멘스와 인텔리전스 유니트는 최근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도시를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을 포함한 22개 주요 아시아 도시의 에너지 사용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교통망, 수자원과 위생, 환경정책 등을 포함한 총 8가지 환경분야가 평가됐다. 아시아 도시를 대상으로 친환경 성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조사는 ‘아시아 녹색도시지수’가 처음이다. 이 연구가 각 도시들이 처해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에 보다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을 지니고 있다. 우수한 삶의 질 확보, 녹색 환경, 안정적인 전기 공급 등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지만 여건만 잘 조성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여러 에너지 절약 기술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러한 녹색기술을 최대한 적절히 활용하면 급속도로 늘어나는 세계 메가시티 거주자들이 양질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생산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셉 마일링거 한국 지멘스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