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상각' 무대에 올라..

중앙일보

입력

연극계에서 '떴다 하면 화제를 뿌리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을 꼽을 수 있다. 열성팬을 몰고 다니는 그가 이번에는 국립극단과 함께 신작 '운상각'(雲上閣)을 올린다.

12~21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인 6.25에 얽힌 인생사를 담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자주 소재를 따내는 오태석은 "잊고 싶은 과거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 고 말한다. 이야기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6.25전쟁 통에 실종된 남편을 기다리며 40여년을 외아들에만 의지해 살아온 해남댁(백성희)과 밀고자라는 오명 때문에 실성한 구서방(장민호)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해남댁은 어느날 꿈에서 죽은 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만나고는 남편의 죽음을 확신한다. 자신의 손으로 남편의 젯상을 보고 싶어 실종신고서를 신위(神位)로 삼아 제사를 지내는데 이웃 장정이 찾아와 자신의 딸이 신을 받는 접신(接神)의 경지에 들었으니 문상을 드리게 해달라고 청한다.

해남댁은 이를 받아들이고 생전에 못한 지아비의 사랑을 기록으로 남길 셈으로 장삼족두리에 연지곤지를 찍고 초례청을 차린다. 그런데 이때 정정의 딸 몸 속에 남편의 혼이 씌어져 해남댁에게 말을 한다. 이에 해남댁은 이 딸에게 사모관대를 씌우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한편 그의 밀고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오명에 그만 실성한채 '40여년을 매일 그날로 생각하는 구서방은 해남댁의 장례식에서 비로소 그 모든 일들이 이미 40여년 전의 일이고 당시의 사람들은 이제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한국적인 정서를 웃음과 슬픔에 담아 표현하는 오태석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연극계의 최고 원로 배우인 장민호과 백성희가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02-2274-350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