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편소설집 '야간비행'펴낸 고3 안혜영양

중앙일보

입력

열아홉살. 스무살을 향한 마지막 관문엔 '대폭발을 준비하는 억압된 젊음'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편적 젊음이기를 거부한 한 여고생이 있다. 안혜영 (安惠永.19.명지고 3년)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써온 '글모음'이 한편의 어엿한 소설 '야간비행' 으로 세상에 나왔다.

유난히 햇빛알레르기가 심해 중학교 시절부터 방안 생활을 즐겼던 安양은 딱딱한 교과서보다 니체와 하루키를 끼고 살았다.

그 결과 安양의 '생각의 나무'는 무성해졌다. 그리곤 그러한 단상들을 한포기, 한포기씩 습작노트에 채워갔다.

'96' '다이브 투 블루' '봄' 등 총 다섯편의 단편을 모은 '야간비행'은 갇혀 있는 교육현실을 박차고 나가는 19세들의 이야기다.

이 중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호동(好童)
'. 중학교 2학년 때 습작 수준을 벗어나 작심하고 쓴 첫 단편이다.

安양의 글쓸 때의 징크스는 유별나다. 유독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날 '글발' 이 선다. 한번 시작한 글은 마침표를 찍고서야 손을 떼는 성미 때문에 시험에도 적잖이 악영향을 미쳤다. 펜도 교과서에 밑줄 긋고 별표 칠 때 애용하는 빨간색 펜을 고집한다.

반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은 '쓸데 없는 짓 그만하고 공부나 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安양은 '쓸데 없는 짓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신을 다져나갔다.

그래서 그동안 써왔던 글을 한 출판사에 소포로 부쳤고, 두달후 '빨리 책을 만들자'는 출판사의 전화를 받았다. 부모님도 그때서야 적극적 후원자가 돼주었다.

安양은 스무살이라는 '아침'을 향해 오늘도 열아홉살이라는 '밤'을 씩씩하게 '야간비행'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