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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 “예술이 이렇게 신나는 줄 몰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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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8일 아트캠프의 미술시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성혜 교수(오른쪽)가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곡을 감상한 느낌을 손과 물감으로 도화지 위에 표현하고 있다.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 책 보고 외운 게 아니라 내 몸으로 신나는 기분을 느꼈어요. 어쩌면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18일 오후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들이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아트캠프’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아영이(11)는 두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얼굴에선 자신감과 즐거움이 배어 나왔다. 서너 시간 동안 신문지 소품을 이용해 토끼·불·바람 흉내를 내며 신나게 뛰어놀고 난 직후였다. 다뤄본 악기라곤 최근 지역아동센터에서 배운 피아노가 전부인 아영이에게 캠프에서의 생활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17일 시작해 2박3일간 일정으로 진행된 아트캠프에선 초등생 170여 명이 ‘음악 같은 미술’ ‘미술 같은 무용’ ‘무용 같은 음악’을 체험했다. 음악을 듣고 물감으로 느낌 표현하기, 빛으로 그림자놀이 하기, 음악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몸으로 표현하기 등등이었다.

 안산에서 온 한별이(12)는 “학교에선 음악시간에 계명 외우고 미술시간엔 그냥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며 “여기선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많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캠프는 한예종 주성혜(음악학) 교수와 학생 50여 명이 마련했다. 주 교수는 지난해 여름에도 지방과 서울에서 아트캠프를 열었다. 그는 “예술한다는 대학생들은 개인 작업실에 틀어박혀 동아리 활동도 잘 안 한다”며 “그래서는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걸 봉사를 통해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캠프에서 나눔의 희열을 맛본 학생들은 올겨울에도 일을 벌였다. 작품활동 시간을 쪼개가며 캠프 프로그램을 짰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온 리우 용 씬(26· 무용원)도 “어린이들에게 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다”며 동참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진욱(31· 음악원)씨는 아트캠프를 위해 연주회 일정 틈틈이 13곡을 따로 만들었다. 이씨는 “언젠가 내 음악을 들어줄 미래의 청중들과 공감하는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 교수가 아트캠프에 품은 욕심은 또 있다. 통합예술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악기 다루는 기술만 강조하거나 베토벤 교향곡 5번의 곡명이 ‘운명’인 줄 모르면 시험점수를 깎는 현재 교육으론 창의성을 기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즐기는 예술’ ‘장르 간 벽을 없앤 예술’을 강조했다.

 한예종의 아트캠프는 앞으로 전국 예술 전공 대학생들의 교육기부 모델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에 아트캠프를 공동 진행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김윤정 창의인재기획단장은 “지자체·기업·대학생들을 끌어들여 일반 어린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아트캠프로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글=박수련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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