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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몰트 180년 묵힌 고집 … 맥캘란 승승장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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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맥캘란의 위스키 메이커인 밥 달가노가 숙성된 몰트 위스키의 색깔을 보고 있다. 위스키 메이커는 오크통에서 샘플을 뽑아내 향·맛·색깔 등을 배합해 맥캘란만의 특성을 유지한다.


위스키 판매는 줄었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 매출은 급증세다. 위스키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69만7000상자(1상자는 700mL 12병)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하지만 ‘싱글 몰트’의 판매량은 5만6000상자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싱글 몰트 중 하나인 ‘맥캘란’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6% 늘었다. 일반 블랜디드 위스키보다 값이 최고 70% 비싼 싱글 몰트는 전통 방식으로 제작해 대량 생산이 어렵다.

그러나 맛과 향이 섬세하면서도 강렬해 애주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스페인과 영국 제조 현장을 최근 찾아 몰트 위스키 만드는 과정을 엿봤다.

 스페인 남부 헤레즈. 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에 위스키 저장통(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는 제조업체 테바사가 있는 곳이다. 오크통 재료는 스페인 북부산 참나무. 75년 이상 자란 나무를 잘라 3년간 건조시킨다. 공장 안은 후끈했다. 통 안을 불로 굽는 토스팅 작업 때문. 토스팅은 나무 성질을 술의 숙성에 맞게 바꾼다.

오크통에 먼저 스페인산 셰리 와인을 넣는다. 3년 후 와인을 빼고 위스키 증류액을 붓는다. 참나무통과 와인, 그리고 증류액이 소통하며 과일·바닐라·스파이스(향료)·감귤·꽃 등의 맛과 향이 생긴다. 투명한 원액도 호박색이 된다. 맥캘란의 데이비드 콕스 브랜드 교육 디렉터는 “우리 위스키의 맛과 향의 60%는 오크통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셰리 와인의 소비는 크게 줄었다. 셰리 오크통도 귀해져 개당 가격이 1000유로(140만원) 선이다. 미국산 등 다른 오크통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맥캘란은 이 오크통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1200만 유로(170억원)를 쓴다. 180년 넘게 이어진 전통방식(1824년 위스키 증류면허 획득)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페이 사이드. 스페이 강(江) 주변인 이곳에는 맥캘란, 글렌피딕 등의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들이 모여 있다. ‘싱글 몰트’는 보리만을 증류한다. 높은 알코올 도수의 위스키를 만들려면 전분이 많은 보리가 제격이다. 맥캘란 증류기는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가장 크기가 작다. 소형 증류기에서 나온 원액이 양은 적지만 풍미가 더 깊어 일부러 작은 증류기를 고수한다는 것이 맥캘란 측의 설명. 알코올 도수 65도인 증류액을 마셔보니 입안이 얼얼했지만 곡물 향이 났다. 두 번의 증류를 거친 원액 중 16%만 오크통에 넣는다. 맥캘란은 재고가 빠듯해 전 세계 판매사원끼리 제품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한다. 생산량보다는 고품질에 전력을 기울인다. 이 전략은 명품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선 전 세계에서 한 병뿐인 맥캘란 64년산 싱글 몰트가 46만 달러(5억1000만원)에 팔렸다. 위스키 경매 사상 최고가다.

스페인 헤레즈·영국 스페이 사이드=강정진 기자

◆싱글 몰트 위스키=몰트 위스키는 보리의 싹을 틔운 맥아로 만든다. 한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 위스키만을 병에 담은 것이 싱글 몰트 위스키다. 발렌타인·조니워커 등은 블렌디드 위스키다. 몰트 위스키에 다른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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