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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으로 창의성 키워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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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음악 창작 워크숍 ‘소리배낭여행’에 참여한 학생들이 주변의 소리로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김경록 기자]

“자녀가 수학·과학을 잘하길 바란다면 학원에 보내지 말고 예술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예술교육이 창의성 개발에 중요한 교재가 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방안’을 발표했다. 예술교육 선도학교도 2012년까지 10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기르려면 예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주변 소리로 음악 만들어요”

1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3층 남자 화장실. 초등 6학년부터 중 1, 2학년 남녀 학생 10명이 모여 있다. “큐 들어가면 조용히 해 주세요. 자, 갑니다.” 헤드폰을 낀 김기찬(서울 숭곡초 6)군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찬이는 녹음기를 변기 쪽에 대고 녹음 단추를 눌렀다. 한 명이 변기 물을 내렸다. 원하는 소리 이외의 잡음이 녹음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기찬이가 설명했다. 이들은 음악 창작 워크숍 ‘소리배낭여행’에 참여한 학생이다.

이들은 주변의 소리를 가져와 믹싱(mixing)하고,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 가사와 멜로디를 입혀 음악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최근찬(경기도 신기중 1)군은 음악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워크숍에 참여했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 기타와 드럼도 배웠다. 최군은 “꿈은 디자이너이지만 다양한 예술 경험이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학교인 국제창의중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혜령(중2)양은 “음악 만들기를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키우고 싶어 참여했다”고 했다. 노리단 ‘달록’의 최대혁 대표는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창의성 교육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네오위즈 마법나무재단과 벅스를 운영하는 네오위즈인터넷,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함께 만들었다. 재단에서는 ‘게임으로 영화 찍기’ 등 청소년 창의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 홍승아 국장은 “지금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채팅 커뮤니티도 상상한 것을 온라인에서 구현해 낸 것”이라며 “그 힘은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예술교육으로 이미지화 능력 키운다

교육과학기술부 박우양 연구사는 “지난해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개최 등으로 전 세계에서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창의성 계발과 통합적 인지능력을 위해 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티센터의 ‘영 피플스 댄스 시리즈’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움직임에 대한 예술성, 예술적 활동의 탐구, 자기 표현의 즐거움을 발견할 기회를 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청소년 35만 명에게 악기를 가르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미경 연구위원은 “미국 학교에는 오케스트라가 1~2개씩 있고 합창단·미술 등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학생이 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앙상블이나 합창밴드는 인성교육과도 연관이 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합창단 활동을 한 사람은 여러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몸으로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 루트 번스타인은 예술적 훈련이 잘된 과학자, 과학적 훈련이 잘된 예술가가 창의적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의적 업적을 이룬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일반 과학자에 비해 예술에 더 몰두해 왔음을 밝혀냈다. 그들은 사진작가, 음악가, 화가, 수공예가, 아마추어 작가, 공예예술가로 활동했다. 이 연구위원은 “감각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풀이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예술교육이 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김주호 대표는 “최근 문화예술 예산 가운데 예술교육의 예산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운영 중인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처럼 청소년 대상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소통’에서 찾았다. 예술교육은 표현 능력을 키우고 융합하고, 소통 능력을 키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술교육은 남의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표현하고 만들기 때문에 그 자체가 창의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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