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렀던 육상 천재 전은회 “이제 운동만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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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은회(23·대구도시공사·사진)가 머뭇거렸다. 그는 문제아였다. 한때 황영조의 천재성과 이봉주의 성실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그였다. 그러나 훈련을 게을리하고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는 등 말썽을 부렸다. 지난해 10월 1만m를 28분23초62에 뛰어 24년 묵은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을 때도 사람들은 그의 행적만 들먹였다.

 전은회는 지난해 11월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꿨다. 지난 주말 경산에서 만난 그는 “이젠 운동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8월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아직 42.195㎞를 한 번도 안 뛰어본 전은회는 대뜸 “올해 2시간5~6분대를 뛰겠다. 최종 목표는 2시간 4분대”라고 말했다.

 현대 마라톤은 속도전이다.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게 대세다. 그래서 1만m 기록이 마라톤 성적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3분59초) 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은퇴)도 올림픽(1996년 애틀랜타·2000년 시드니) 1만m 금메달리스트(최고기록 26분22초75) 출신으로 스피드가 강점이었다. 한국 마라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11년 전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에 발이 묶여 있다.

 김홍화 대구도시공사 코치는 “전은회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지영준(28분55초86)보다 1만m 기록이 30초 이상 빠르다. 마라톤에서도 지영준(2시간8분30초)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훈련은 2월부터다. 제주도에서 합숙 중인 대표팀에 들어가 하루 50㎞를 달리는 도로 훈련에 돌입한다. 첫 번째 실전 무대인 3월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8분대에 진입하는 게 1차 목표다.

경산=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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