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끝난 검찰조사

중앙일보

입력

당초 철야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검찰에 소환된 두 철야 조사없이 비교적 빨리 귀가함에 따라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李부총재는 4일 오후 5시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기자들과 약 30여분간 회견을 가졌다.게다가 국정원장을 지냈고 집권당의 부총재인 李씨의 격(格)
을 고려할 때 수사에 앞서 검찰 간부가 차(茶)
한잔 정도는 대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李부총재는 5일 이른 새벽에 귀가했다.저녁식사 시간까지를 빼면 실질적인 조사는 약 6∼7시간 남짓이라는 계산이 나온다.李부총재가 자신의 진술조서를 읽어 보고 도장을 찍는 시간까지 제하면 실질적인 조사시간은 더 줄어든다.검찰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뜻이다.

검찰은 당초 李부총재에게 물어볼 내용이 상당히 많음을 암시했다.언론대책 문건 작성자인 베이징(北京)
의 문일현씨가 없는 상황에서 문건 작성을 文씨에게 요구했는지 文씨가 보낸 문건과 편지를 읽어 봤는지 또 다른 문건과 편지는 왜 받았는지 은폐 시도는 없었는지 등 핵심 내용들을 李부총재에게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李부총재가 계속 말을 바꾼 중앙일보 간부와 文씨와의 녹취록 존재 여부도 반드시 확인돼야할 내용이었다.그런데도 예상보다 훨씬 짧게 검찰 조사가 끝나자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검찰이 李부총재를 소환하기에 앞서 이미 상당 부분 조사를 끝낸 상태였고 李부총재에 대해선 단순히 확인만 했을 수 있다.이 경우라면 검찰은 앞서 제기된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충분히 조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검찰조사가 형식적이었을 가능성이다.李부총재는 검찰 출두에 앞서 자신은 언론대책 문건과 편지를 못봤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만일 검찰 조사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李부총재의 주장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의혹은 증폭된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도 못한 채 중요 참고인을 서둘러 돌려보낸 것은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李부총재에 대한 이번 수사가 검찰 독립의 시금석이란 법조계의 지적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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