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만화가 레제르 작품집 국내 출간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의 대표적 만화가 장 마르크 레제르(1941~83)의 작품집 〈빨간 귀〉와 〈원시인〉 (열린책들. 각 5천원)이 국내에 출간됐다.

올해 들어 만화평론가 이동훈씨의 〈유럽만화를 보러갔다〉와 호주 시사만화가 마이클 루닉 작품집 등 국내에 덜 알려진 '비(非)일본만화'의 소개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레제르의 만화 컬렉션 출간은 만화팬들에게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다.

레제르는 60년 프랑스 최초의 성인용 만화잡지 〈하라-키리〉의 창간 멤버. 이 잡지는 두 번의 판매 금지 조치와 폐간. 재창간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놓고 정부와 싸움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년간 여기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세상이 개인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할 수 있는가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억압받는 약자를 옹호하는 날카롭고 거침없는 풍자와 유머가 그의 주무기다.

이번에 출간된 〈빨간 귀〉는 늘 귀가 시뻘개지도록 따귀를 얻어맞는 지경에 이르는 한 아이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가령 부모가 옷 갈아입는 것을 훔쳐본 후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알몸을 그림으로 그린 아이가 실컷 두들겨맞고 종이에 비행기나 인형 등을 그린다는 식이다. 성인의 영역을 침범한 아이가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 '아이다움'을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전 2권으로 된 〈원시인〉은 문명을 떠나 원초적 자연에서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 사람과 동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레제르는 70년대말부터는 제도권 언론에도 진출하기 시작해 〈르 몽드〉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 유수한 신문에 만화를 기고했으며 78년에는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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