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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싸울 땐 안면 몰수해도 결별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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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18∼21일)을 앞두고 중국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샹란신(相蓝欣)이 환구시보 홈페이지에 ‘미국과 투쟁할 때 안면 몰수하더라도 (파탄 나도록) 완전 결별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주목된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문제연구원 교수인 그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에 대해 ‘싸우되 깨지는 않는다(鬪而不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대국 관계에서는 싸우면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개념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샹 교수는 “싸움에는 외교와 군사라는 두 가지 수단이 있듯이 깨는 것도 안면몰수(破臉)와 완전 결별(破裂)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미·중 관계에 대해 그는 “(1971년)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의 중국 방문 이후에는 안면몰수는 있었어도 완전 결별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국면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싸움 자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완전 결별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샹 교수는 “대국 관계를 돌아보면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적 상호 신뢰 기제가 없을 때 통제 불능의 상황이 존재해왔다”며 “미·중 간에는 지금 전략적 상호 신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미·중 양국 외교에 대해선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치료하는 의사를 찾고, 발이 아프면 발을 치료하는 의사를 찾는 식으로 단기적 이익에 따라 즉흥주의식 외교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정부의 일방주의 국제전략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다변주의로 바꿨으나 2010년부터 ‘최소화된 다변주의’로 수정했다”며 “이는 미국이 대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 “미국이 대만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꼼짝 못하게 하려 한다면 중·미의 다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결별은 하지 말되 안면몰수는 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비록 외교적인 성명이더라도 미국의 발을 묶어둘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양국 공동성명을 만들 담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환구시보(環球時報)=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국제뉴스 전문보도를 강화하기 위해 인민일보가 100% 출자해 1993년 창간됐다. 창간 당시 이름은 ‘환구문췌(環球文萃)’였고 97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타블로이드판으로 하루 150만 부쯤 발행되며 전국 43개 지역에서 동시에 인쇄된다. 2009년 4월부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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