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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학 갔어요] 자신만의 학습 플래너로 경희대 합격한 최광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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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오후 6시 40분~ : 언어
문학 정리집 복습

7시 50분~ : 수리
확률과 통계 공식 복습 + 예제풀이

9시 10분~ : 윤리·근현대사
기출 1회씩 풀이

10시 50분~ : 수리
수열부분 EBS 강의 듣기

12시 15분~ : 영어
단어·숙어·문법 보충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최광현군.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학습플래너를 만들어 대학의 문턱을 넘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간암으로 8년여 동안 투병 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지역구청에서 사회복지도우미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EBS 강의를 듣는 게 그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교육이었다. 올해 경희대 행정학과에 수시합격한 최광현(19·부천 원종고 3)군의 얘기다.

그러나 최군의 고교 시절 주요 과목 내신평균은 1.3등급이다. 인문계 340여 명의 학생 중 3등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상위 2%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교과우수상을 매 학기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학업 우수자로 뽑혀 경기도교육감상까지 받았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던 그가 이런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학습플래너를 만들어 시간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고교 신입생 때부터 다른 학생들보다 한 시간 일찍 등교해 그날그날 공부할 과목과 분량, 공부시간을 정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학습일기를 써가며 하루 동안의 학습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날의 반성과 내일의 다짐을 써내려갔다. 최군은 “ ‘나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한없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학습플래너를 만들게 된 이유”라며 “스스로 계획을 잡고 실천한 뒤 평가를 내리면서 학습의욕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계획 과목, 교재, 분량, 시간 최대한 자세하게

등교 후 30분은 최군이 하루의 학습계획을 짜는 시간이었다. 오전 7시면 학교에 도착했던 것도 하루 계획을 수립하고, 남들보다 일찍 공부를 시작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것을 잘 활용하면 ‘진짜 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오후 6시40분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공부해야 할 과목과 교재, 분량, 공부시간을 꼼꼼히 기록했죠.”

지난해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전인 8월 30일에 작성한 그의 학습플래너에는 ‘오후 6시40분~ 언어 문학 정리집 복습’ ‘7시50분~ 수리 확률과 통계 공식 복습+예제풀이’ ‘9시10분~ 윤리·근현대사 기출 1회씩 풀이’ ‘10시50분~ 수리 수열부분 EBS 강의 듣기’ ‘12시15분~ 영단어·숙어·문법 보충’ 등 학습계획이 시간대별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고1·2 때는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복습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한 것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수능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3학년이 되면서는 감(感)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모든 영역을 공부하는 식으로 계획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3에 올라가서는 정규수업 시간 중 주어지는 자습시간과 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공부할 분량까지 정했다. "2학기 부터는 수업시간에도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매일 아침 ‘영어단어 50개 암기’ ‘수학 기출문제 1회차 풀이’ 식으로 자투리 시간 활용 계획을 정해 실천했죠.”

최군은 일요일 오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 다음 1주일간의 학습목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중간고사 3주 전, 본격적인 준비 시작’ 식으로 당면한 과제를 적고 어떤 과목, 어떤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시간배분은 어떻게 할지 등의 계획을 세웠다. “주간계획을 수립하면 하루하루 공부해 나가면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주간계획 중 완성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주말을 활용해 보충할 수 있거든요.”

평가 성일지 쓰며 주말을 활용하라

2009년 12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최군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상을 치른 뒤 곧바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있었다. “토요일 오전 지난 한 주 동안의 학습계획서를 봤는데, 제대로 공부한 게 없더라고요. ‘이대로 하다간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최군은 “아무리 거창한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 동안 공부한 것을 스스로 평가하고, 다짐을 적으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 과목 공부가 끝날 때마다 공부 성과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시간별 학습계획표에 맞춰 공부 결과를 O·△·X로 표시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공부를 더 해나가야 할지 등을 빼곡히 적었다. ‘오늘의 실천도’를 수치로 표시했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는 학습일기를 적으며 내일의 각오를 다졌다. 2009년 1월 12일 그의 학습플래너엔 ‘모든 과목을 조금씩이라도 하루에 공부해야 하는데, 오늘은 영어를 못했다’는 학습일기 내용과 함께 ‘한 과목도 소홀히 하지 말자’는 각오가 적혀 있었다.

 “주말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전에 그 주에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것부터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을 남긴 채 계획만 세우다 보면 ‘못하고 넘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중에 밀린 부분이 많으면 그 부분을 공부하느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면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습플래너 작성시 고려해야 할 사항 ※ 도움말= 와이즈멘토

■장기적인 인생계획에 대한 고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구체화하며 장기적인 인생계획을 정해 놓으면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다. ‘내 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등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 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면서 학습의욕을 고취시키자.

■월간·주간·일일계획 세우기= 계획은 월간→주간→일일계획 순으로 세운다. 이른바 ‘Top-Down 방식’이다. ‘다음 달 치러질 중간고사에서 전교 50등에 진입한다’는 식으로 한 달 동안 해내고자 하는 다짐을 달력에 표시한 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습방향과 계획의 큰 틀을 잡는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하루 3시간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기’ 등 공부습관과 관련한 세부 목표도 적어두는 게 좋다. 주간계획은 매주 일요일 저녁시간을 할애해 구성하되, ‘한 주 동안 반드시 해야 할 학습내용’을 적고, ‘교과서 개념 암기’와 ‘문제집 풀이’ 등 구체적인 공부방식을 정해야 한다. 일일계획은 하루 동안 공부할 과목과 분량을 분명히 하고 해당 내용을 공부할 시간까지 정해두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 정하기= 일일계획을 짰다면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학습내용’은 ①로, ‘오늘이 아니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끝내야 하는 것’은 ②로, 이번 주 내에 완성해야 하는 내용은 ③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②·③의 경우 목표 학습량을 어느 정도 완성했는지를 그날그날 점검하고, 주말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모아 집중 학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라.

■평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일일계획 평가를 통해 ‘오늘 목표했던 학습량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고 부족한 경우에는 ‘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2~3줄 정도의 반성 글귀를 적고, ‘내일의 학습태도’에 대한 각오를 기록하면 학습의욕이 높아진다. 금요일 저녁시간이나 토요일 오전에는 한 주 동안 자신이 세운 학습계획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돌아보고, ‘일요일까지는 목표했던 1주일 계획을 완수한다’는 목표로 공부하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글= 최석호 기자,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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