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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만들어 명문대·과학고 합격한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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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책상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좋아할 부모는 별로 없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누구보다 오래 앉아 있었던 유주완(서울 현대고 3)군과 방현웅(충북 청주남중 3)군의 부모는 지금 누구보다 신바람 난다. 컴퓨터에 빠져있던 이들이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등 IT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에 각각 명문대와 과학고 진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울버스앱’ 만들고, IT 관련 대회 경험으로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합격

서울에 사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꼭 설치해두는 앱이 있다. 버스 도착 시간을 간편히 알 수 있는 ‘서울버스 앱’이다. 지금까지 2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자랑하는 이 앱은 유주완군이 고2때 만들었다. 유군은 이경력을 발판삼아 IT명품인재전형으로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에 합격했다.

유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급 홈페이지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래밍의 매력을 알게 돼 그 세계로 빠져들게 됐다. 따로 학원을 다니진 않았다. 해외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유튜브(YouTube, 동영상 전문 사이트)도 자주 들어갔다. 프로그램 짜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찾아보며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부터 배웠다. 글로벌 IT회사가 새로 출시하는 소프트웨어 발표회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새로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렇게 혼자 프로그래밍 실력을 연마하던 유군은 고1때 우연히 나간 정보보호올림피아드에서 1등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탔다. 그 후 해킹방어대회같은 IT관련 대회에 나가 꾸준히 실력을 확인했다. 대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계속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도움을 얻었다.

고2때인 2009년 10월 유군은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프로그래밍 실력을 아이폰과 관련해 발휘할 방법을 궁리하다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두 달간의 개발 끝에 ‘서울버스 앱’이 탄생했고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밤낮 없이 컴퓨터 앞에 붙어있는 유군의 모습을 부모님이 이해하긴 어려웠다. “컴퓨터 전선줄을 잘라버리겠다” “컴퓨터를 당장 부수겠다”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방에서 공부하는 척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몰래 컴퓨터를 켰다. 학교에서는 잠만 잤고, 당연히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대학 진학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접고 공부에 매진할 자신도 없었다. ‘IT회사를 차릴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고교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고3이던 지난해 여름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와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가 신설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심이 생겨 수시 전형을 살펴보니 수능 최저등급이 없었다. 자기소개서와 우수성 입증자료만 제출하면 됐다. “내용을 보면서 ’나를 위한 전형’이란 생각이 들었죠.” 유군은 두 학교에 지원해보기로 결심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지금껏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과정을 솔직히 썼다. 개발한 모바일 앱과 그 동안 출전했던 IT관련 대회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 제출했다. 유군은 두 학교 모두에서 합격소식을 들었다.

로봇에 대한 관심이 모바일 앱 개발로 이어져
충북과고 합격

방현웅군은 지난해 10월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지인들에게 알리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휴대폰이 충격을 받으면 미리 지정된 사람에게 자신의 위치정보가 문자 메시지로 전송된다. 아이폰의 가속센서를 이용해 충격을 감지토록 했다. 방군은 이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 무료로 다운로드 받게 했다.

방군이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로봇을 보게 되면서다.로봇을 작동시키고 제어하는 것이 모두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걸 알고 나니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때부터 방군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라는 C언어를 인터넷으로 하나하나 익히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 방법이 설명된 웹사이트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고 다녔다. 책을 읽기보다는 직접 컴퓨터로 실행시켜보며 실력을 쌓아갔다. IT세미나가 있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 다녔다. 친구들과 팀을 짜로봇대회를 비롯한 IT관련 대회의 문도 두드렸다. 중2때는 전국 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서 장려상을 탔다.

그 무렵 아이폰이 출시됐고 방군은 모바일용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디가 잘못됐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프로그램 오류가 수도 없이 나왔다.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드디어 앱 개발에 성공했다.

방군의 중학교 내신은 상위 10%다. 방군은 “과학고는 내신 5% 이내는 돼야 합격권”이라며 “내신성적만 보면 지원하기에 부족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학습계획서를 중요하게 보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특징을 십분 활용했다.

유군은 내신성적은 모자라지만 ‘IT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앞세웠다. 앱 개발과 판매 경험,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을 소개해 합격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잘 살려 진학에 성공한 것이다.

[사진설명]버스 도착시간을 편리하게 알려주는 ‘서울버스 앱’의 개발자 유주완군이 버스정류장에서 아이폰으로 직접 앱을 실행시켜보며 활짝 웃고 있다.

<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 사진= 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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