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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롯데 김태균의 후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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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롯데 김태균이 후배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모교를 깜짝 방문해 동생들에게 야구용품을 전달했다. 그를 맘속 영웅으로 간직하고 있는 후배들은 물론 모교의 교사들도 가족처럼 반겨줬다. 후배들은 선배의 사랑을 실력으로 보답하기로 약속했다.

글·사진=김정규 기자

모교인 천안북중을 찾은 김태균 선수가 한기옥 교장, 선수들과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학생시절 박찬호 장학금을 받았다고 말한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마련한 야구용품을 전달했다. [사진=김정규 기자]

7일 오후 2시 김태균은 모교인 천안 북중학교를 찾았다. 먼저 교장실을 찾아 한기옥 교장에게 인사한 뒤 후배들을 격려했다. 아버지 김종대(57)씨와 어머니 강영숙(52)씨, 아내 김석류(29·전 KBS N 아나운서·아래왼쪽사진)씨가 동행했다. 이병훈 천안시야구협회장, 충남야구협회 이선영 전무, 김진섭 감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참가와 결혼, 그리고 이어진 각종 시상식 참석으로 바빴던 김태균이지만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먼저 덕담과 인사말이 오갔다.

한기옥 교장은 “북중학교에 역사관을 만들려고 한다”며 김태균 선수와 가족들에게 유니폼, 방망이, 모자 등 용품을 기증하라고 졸랐다. 김 선수의 아버지가 바로 회답했다. “홈런 친 공으로 갖다 놓겠다”고 약속했다.

 잠깐의 다과를 마친 이들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던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석류씨는 남편의 모교가 궁금했던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여기저기 둘러봤다.

 한기옥 교장은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태균 선수의 어릴적 얘기를 해줬다. “언제든 담장을 넘겨도 좋다. 유리창을 얼마든지 깨뜨려도 좋다. 김태균 선수가 너희들 만할 때 그랬다더라. 너희도 김 선수 못지 않은 선수가 돼야지. 아니 더 나은 선수가 돼야지.”

교장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굳게 입술을 다물고 각오를 다졌다. 학교 현관 앞에서 학생들과 김 선수의 가족들은 셔터세례를 받았다. 학교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김 선수와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셔터 소나기 속에서 그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다독였다. 후배들은 그에게 연신 즐거운 표정을 날려 보냈다. 카메라 맨 앞에는 김 선수가 이날 기증한 야구용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야구 배트와 글러브 등 기본 용품에서 비싼 피칭 머신까지 다양했다.

 김태균 선수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해라. 단체 운동도 중요하지만 실력을 늘리려면 혼자 남아 개인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넵” 어린 선수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그에게 포부를 물었다. “올해의 목표는 100타점, 30홈런입니다. 내년에 목표를 이루고 기분 좋게 귀국했으면 좋겠습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해 북중학교를 더욱 빛내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성적(타율 0.268, 21홈런, 92타점)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더 잘해야 한다. 적응기를 거친 만큼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천안에 있는 어린이재단 충남지부를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 식기와 냉동고 등이 필요했던 곳이다. 이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실력만큼 마음도 훈훈하다”, “올 시즌에는 더욱 좋은 성적 낼 것 같다”, “멋지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등의 칭찬을 이어갔다.

 김태균은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짬을 냈다. 봉사활동을 해 보니까 남을 더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도록 야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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