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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사나이 류현진 6년차 최고 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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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화 구단에 돈을 벌어주고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

 프로야구 최고 투수 류현진(24·한화·사진)이 구단과 4억원에 2011년 연봉 계약을 한 뒤 밝힌 각오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일곱 번째 시즌을 마치는 2012년 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그가 자유계약(FA)선수가 되는 2014년 시즌 전에 미국이나 일본으로 간다면 해외 구단은 한화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류현진은 해외 진출 기회를 빨리 얻는 동시에 한화에 돈까지 벌어주려는 것이다. 어려운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하는 ‘소년가장’다운 효심이다.

 류현진은 지난 7일 연봉 계약을 한 뒤 8일 팀 전지훈련지인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그는 올해 오프시즌에서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2006년 19세에 프로에 데뷔해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수상한 류현진은 이듬해 연봉 1억원을 받은 이래 프로야구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2000년대 투수 가운데 최고 피칭을 했다. 덕분에 연봉이 지난해 2억7000만원에서 48.1% 올랐다. 올해 프로 6년차가 된 그는 단숨에 역대 6년차 최고 연봉(3억원·2000년 삼성 이승엽)은 물론 7년차 최고 연봉(3억2000만원·2007년 롯데 이대호) 기록까지 뛰어넘었다.

 그의 소속팀 한화는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하위에 그쳤다. 팀 연봉 순위도 수년째 하위권이다. 올해도 선수단 총 연봉이 20억원 남짓 될 것으로 보여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가 유력하다. 그럼에도 한화는 류현진 한 명에게 팀 연봉 총액의 20% 정도를 주며 최고 대우를 해줬다.

 류현진은 지난해 16승(2위), 평균자책점 1.82(1위), 탈삼진 187개(1위)를 기록했다. 한화는 지난해 49승2무82패로 부진했는데 만약 류현진이 없었다면 역대 단일 시즌 팀 최다패(97패·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 기록에 근접할 뻔했다.

 류현진의 별명은 그래서 ‘소년가장’이다. 2009년 송진우와 정민철이 은퇴하고, 지난해 김태균·이범호가 일본으로 떠나자 류현진이 홀로 팀을 떠받들고 있다. 연봉 계약 후에도 ‘소년가장’은 의젓했다. 류현진은 “올해는 포스트시즌에서 던지고 싶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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