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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보텍에서 개발한 ‘레인스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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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작업자들이 서울 신정3지구 국민 임대주택단지 내 땅속에 플라스틱 물탱크를 설치하고 있다. 이 물탱크에 받아둔 빗물은 생태연못을 채우는 데 쓰인다.

서울 양천구 신정3지구 국민 임대주택단지. 생태연못 옆으로 나 있는 산책로 아래에는 별다른 표시가 없는 큼지막한 물탱크가 자리잡고 있다. 비가 올 때 맨홀로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을 모아뒀다가 바로 옆 생태연못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10m 폭에 길이 85m, 높이 4.2m나 되는 이 물탱크는 3000㎥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웬만한 실내수영장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유별난 건 가로·세로 1m, 높이 12.4㎝인 플라스틱 상자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들었다는 점이다. 흔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다. 플라스틱 상자 안 공간에 물을 채우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이지만 물탱크 위에 흙을 덮고 산책로나 주차장을 만들어도 충분히 버티도록 설계했다.

 뉴보텍이라는 회사가 개발해 ‘레인스테이션’이라는 제품명으로 지난해 2월 환경부의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플라스틱 상자의 바닥을 경사지게 만들어 빗물과 함께 들어온 모래와 쓰레기가 한 곳으로 모이게 해 빗물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호평을 받았다. 플라스틱 물탱크를 둘러싸는 시트에 따라서 물을 주변 토양으로 침투시켜 지하수를 채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콘크리트 빗물 저장시설의 경우 두꺼운 콘크리트 벽체 때문에 실제 빗물이 저장되는 공간은 전체 구조물 부피의 7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시설은 90% 이상이 물을 채울 수 있는 실용공간이다. 뉴보텍의 김종근 부장은 “기존의 플라스틱 상자를 쌓아 만들기 때문에 중장비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탱크 제작 시간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인천시 계양구 계수중학교 생태연못 아래와 전북 임실군의 치즈 특산지 임실치즈밸리에도 이런 물탱크를 설치했다. 계수중에서는 250㎥ 규모의 물탱크에 빗물을 모아 생태연못에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화장실 용수로도 쓴다. 임실치즈밸리에서도 750㎥ 규모의 물탱크에 모은 빗물을 연못 유지 용수로 활용한다.

 한편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정부도 지하 빗물 저장시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추석 연휴 첫날 서울 도심에 259.5㎜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이 물바다가 된 것이 경종을 울렸다. 환경부는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대도시 지하에 대형 빗물 저장터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서울 강서·양천 지역에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 곳 정도 설치할 방침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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