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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청용·동원 3각 스위칭 플레이, 바레인 밀집수비 헤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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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 대표팀의 기둥 박지성이 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동료들과 함께 가슴 트래핑을 하고 있다. 세 개의 축구공을 모두 품에 안을 것 같은 모습이 대표팀에서 주장과 공격의 핵, 정신적 지주 등 ‘1인 3역’을 하고 있는 그의 의지와 책임감을 상징하는 듯하다. [도하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치 공격’과 ‘터프한 수비’.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첫 경기 필승 레시피다. 한국은 11일 오전 1시15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한다. 퇴로조차 허용하지 않고 맹렬히 두들겨 확실히 이기는 게 목표다.

 바레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3위다. 한국(40위)은 역대 전적에서 15전 9승4무2패로 앞섰다. 그러나 바레인은 피곤한 상대다. 2000년대 들어 벌어진 세 차례 대결(2004년 7월 평가전 2-0, 2007년 7월 아시안컵 1-2, 2009년 2월 평가전 2-2)에서는 호각(1승1무1패)이다.

 ◆지성·청용의 스위칭 플레이=바레인은 한 수 위인 한국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펼칠 것이 확실하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바레인의 그물 수비를 뚫기 위해 공격진의 ‘스위칭 플레이(switching play)’를 준비했다.

 박지성(30)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즐겨 쓰는 공격 전술인 ‘스위칭 플레이’는 좌우 윙어와 스트라이커가 정해진 포지션 없이 사방을 교차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방식이다. 왼쪽의 박지성과 오른쪽의 이청용(23·볼턴)은 이 전술에 익숙하다. 두 선수 모두 돌파 후 크로스를 올리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라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많다. 최전방에 나설 지동원(20·전남) 또한 소속팀에서 윙어와 스트라이커를 오갔다.

 조 감독은 세 선수의 ‘스위칭 플레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패스 능력이 뛰어난 구자철(21·제주)을 선발로 투입한다. 박지성·이청용·지동원이 위치를 바꾸며 수비 뒷공간을 노릴 때 구자철이 ‘킬러 패스’를 시도한다. 조 감독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현지 프로팀 알자지라와 친선전에서 전반 45분 동안 네 선수의 ‘스위칭 플레이’를 테스트했다. 이날 공격진은 5~6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고 두 골을 넣었다.

 ◆터프함으로 신바람을 잡아라=바레인전을 앞두고 조 감독은 오른쪽 수비 진용을 짜는 데 고민이 많았다. 차두리(31·셀틱)를 주전으로 생각하면서도 조용형(28·알라얀)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차두리에 비해 파워는 부족하지만 섬세한 수비를 하는 조용형을 기용하면 이청용이 수비 부담을 줄이고 좀 더 공격적인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앙 수비수 출신 조용형이 오른쪽에 서면 경기 상황에 따라 스리백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의 최종 선택은 차두리였다. 9일 벌어진 중국과 쿠웨이트의 A조 경기(중국 2-0 승)가 조 감독에게 힌트를 줬다. 조 감독은 “중국이 빠르고 터프한 수비로 쿠웨이트 공격을 사전에 봉쇄한 것이 승리 요인이다. 터프함은 조용형보다 차두리가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카타르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정수(31·알사드)도 “개인기가 뛰어난 중동 공격수들은 신바람이 나면 무섭다. 초반에 강하게 부딪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두리는 바레인 공격의 핵 압둘라티프(25·알리파)를 봉쇄한다. 빠르고 득점력이 강한 압둘라티프는 2007년 한국이 1-2로 질 때 결승골을 넣었다. 지난달 29일 요르단과의 평가전(바레인 2-1 승)에서도 후반 결승골을 넣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도하=김종력 기자

◆킬러패스(Killer Pass)=단번에 수비벽을 무너뜨리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 오프사이드 함정을 피해 수비 뒤 공간으로 밀어준다. 중앙 미드필더의 주임무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은퇴)의 전매특허였다. 흔히 ‘킬패스(Kill Pass)’라고 부르지만 킬러패스가 올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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