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A슈퍼페더급 새왕자 백종권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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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잘 하려다 보니 부담이 커져 오히려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새천년에는 한국 프로복싱을 이끌 선두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31일 몽골의 강타자 라크바 심을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새챔피언이 된 백종권(28.숭민체)은 다소 늦은 나이지만 주먹과 기술, 성실성 3박자를 갖추고 있어 복싱의 메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선수.

이번에 힘들게 챔피언 도전권을 얻어 고작 3만달러의 대전료 밖에 받지 못했지만 화끈한 경기스타일이 일품이어서 상품가치로 따지면 장차 100만달러를 호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많은 프로복서들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실패해 결국 파멸의 길을 걸은 전례가 있지만 백종권은 성실파인 데다 이번에 라이트급에서 한체급을 낮췄기 때문에 3개 체급 이상을 석권할 선수로 꼽히고 있다.

타고난 복서인 그는 한때 부모의 반대로 복싱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포항에서 사업을 하는 김두조씨, 프로복싱 대모 심영자 숭민프로모션 회장을 만난 후 복싱인생이 활짝 꽃을 피웠다.

경남 진주 동중 1년때 복싱이 멋있어 보여 글러브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부산체고를 졸업할 때까지 60전50승의 화려한 아마전적을 쌓았으나 외아들의 복싱을 반대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진주전문대 입학과 동시에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포항에서 해병대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김두조 사장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복싱을 재개했고 92년 프로복싱 신인왕전 전경기에서 KO승을 거두며 우승한 후 심영자 회장에 스카우트됐다.

백종권은 기량은 뛰어났으나 심영자 회장이 93년 은퇴한 후 국내프로복싱 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세계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번에도 중도에 도전권을 뺏기는 우여곡절을 경험했다.

백종권은 "10라운드에 슬립다운을 당했지만 충격은 크지 않았다. 같은 체육관의 최요삼과 함께 21세기 한국복싱을 흥행시키는 대표주자가 되도록 운동에만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진주에서 농사를 짓는 백원한(57)씨와 조행자(50)씨 사이의 1남2녀중 장남.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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