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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기능 맞췄더니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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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 스스로 좋아할 만큼 예쁜 제품을 내놓으니까 주부들이 너무 좋아하고, 그게 바로바로 매출로 확인됩니다.”

 루펜리는 주방가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 이희자 대표는 2003년 회사 출범 때부터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 특성상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주부의 손길을 끄는 것은 ‘예쁜 제품’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음식물쓰레기 건조기 ‘루펜’이다. 비슷비슷한 기능과 기술의 제품들이 가격만 가지고 경쟁할 때 루펜리는 원가가 더 들어도 디자인을 더 예쁘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 붉은색이나 보라색 처럼 여성이 선호하는 색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결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2004년 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7년엔 200억원, 2008년 350억원으로 확 늘었다. 경쟁력을 잃은 다른 제품은 시장을 떠났다. 이 제품은 독일 정부가 주는 디자인 대상까지 받았다. 덕분에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루펜리는 요즘 가습기·제습기·바지 프레스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그때마다 가장 앞세우는 게 디자인이다. 이 대표는 “디자인에 기능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개발한다”며 “기능 좋은 것은 기본이고 승부는 디자인에서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신피그먼트는 ‘콘크리트=회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보도블록, 건물 외벽에 이 회사에서 만든 컬러 콘크리트가 깔리면서 도시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이 잘 먹혀든 것은 아니다. ‘싸게, 빨리’를 앞세우는 사회 통념 앞에 좌절한 적도 많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서서히 우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8년 이후 매출도 해마다 20% 이상씩 늘어 지난해에는 408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회사 김성국 사장은 “디자인이라는 게 조형과 색깔인데 우리 건축회사들은 열심히 짓기는 하는데 색깔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며 “최근 점차 색의 중요성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도심의 색감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개발 단계부터 디자인을 고려하는 중소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300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6곳뿐이었다. 그러나 성과는 확실하다. 26개 회사 가운데 15개 기업은 이런 초기단계 융합으로 성과를 얻었다고 답했고, 10개 업체는 앞으로 성과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기술과 디자인 융합의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진 건 매출(46.1%)이다. 인지도를 높이고(14.6%), 수익률을 끌어올리기(6.7%)도 했다. 지식경제부 박종원 디자인브랜드 과장은 “중소기업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 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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