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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라, 한겨울 시골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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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으로 잡아본 떡메지만 솜씨가 야무지다. 강원 삼척 너와마을을 방문한 아이들이 인절미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삼척의 너와마을은 한낮 기온이 영하 10도였습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 문 밖에 5분만 서 있어도 양 볼이 식은 호떡처럼 딱딱해졌습니다. 그래도 너와지붕으로 꾸민 민박집엔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을 찾은 이들은 모두 가족 단위 여행객입니다.

 김상희(38)씨는 부산에서 왔습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여행지를 젖혀두고 일부러 이 오지마을을 찾아온 이유는 “별을 많이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볼 수 있어 호텔과 펜션을 포기한 것입니다.

 별빛 총총한 겨울밤, 전깃불 모두 끄고 호롱불 밝히는 ‘전기 없는 마을’ 체험은 너와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너와마을은 한두 세대 전만 해도 화전민이 불을 놓아 연명하던 곳입니다. 송진 기름으로 붉을 밝히는 호롱불 세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의 풍경이었던 셈이지요.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40대는 어렴풋이 호롱불이 기억날 겁니다. 그래서 ‘전기 없는 마을’은 아이보다 어른이 더 좋아합니다. 이수(46)씨는 “그을음 나는 호롱불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그 시절을 회상합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인절미를 빚고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쿵덕쿵덕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떡메를 치는 일은 줄다리기만큼이나 우애가 쌓이는 시간입니다. 식구끼리라면 아주 훌륭한 울력감이지요. 너와마을엔 아이를 위해 작고 귀여운 떡메도 마련해 놓았더군요.

 시골 마을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호텔이나 펜션보다 성가신 게 사실입니다. 간혹 직접 불을 때서 난방을 해야 하는 체험마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 때문일 겁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데리고 온 이씨는 “가족보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할 때지만 시골에 간다고 하면 잘 따라온다”고 말합니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체험마을은 전국에 수백 군데나 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정보화마을도 있고, 농어촌공사가 지정한 산촌마을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컴퓨터 게임만 한다고 나무라지 말고, 시골마을로 함께 떠나십시오. 거기에 가면 가족이 있습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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