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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인터뷰] “은행·보험서 저축은행 부실 메워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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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현재 저축은행들은 스스로 부실을 털어낼 능력이 없습니다. 예금보험 기금 내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주용식(사진) 저축은행중앙회장이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제시한 저축은행 해법이다. 예금보험 기금은 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 등이 각각 부실에 대비해 돈을 거둬놓은 것이다. 6개 금융 업권 중 기금이 적자 난 곳은 저축은행뿐이다. 공동계정이란 이 중 50%씩 거둬 별도 계정에 모아둔 뒤, 문제가 생기는 업권을 지원하는 제도다. 공동계정을 새로 만들자는 것은 은행·보험 고객에게 거둔 돈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메워주자는 의미다. 물론 은행과 보험 등 다른 금융권은 반대다. “고객들이 낸 예금보험료로 저축은행을 지원하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수익자·책임자 부담 원칙에서 볼 때 공동계정이 문제라는 다른 금융권의 논리는 이해한다”면서도 “저축은행이 불안정해지면 금융시장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업권이 공동으로 부담을 지자는 논리다.

 저축은행 업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 회장은 “105개 저축은행이 내는 예금보험료는 약 3000억원으로 총 수익의 80%에 해당한다”며 “이를 더 늘리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 계정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적자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3000억원씩 내도 적어도 10년은 걸려야 적자를 메울 수 있다. 그나마 더 이상 파산하는 저축은행이 없다고 가정할 때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이 어려워진 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불어난 탓이다. 2000년대 초·중반 저축은행들은 본래의 서민금융 업무 대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꺼졌고, 저축은행들도 이와 함께 부실에 휩싸였다.

 저축은행의 위기 원인이 무리한 PF 투자에 있다는 데는 주 회장도 공감했다. 그는 “경제여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리스크 관리 없이 수익만 쫓아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가 저축은행의 부실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주 고객층이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인 만큼 본래 부실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에 부실이 생기면 대형 저축은행이 이를 인수하도록 유도해왔다. 이 때문에 부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되고 오히려 대형 저축은행까지 덩달아 부실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 회장은 “납세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보다는 공동계정이 낫다”며 “(퇴출보다는) 시장에 의해 자율적인 인수·합병(M&A)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새로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미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당면 과제로 꼽고 있다. 3일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단호하고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는 말로 저축은행에 경고를 보냈다. 이에 대해 주 회장은 “PF 부실 문제의 무게가 워낙 커서 저축은행의 체력이 약해져 있다”며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저축은행의 건전성 강화 대책을 일부 완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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